[이지윤기자의 무대위愛](9)어른들을 울리는 어린이극… '겨울왕국'과 뮤지컬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현실에 지친 어른들에게 잊고 있던 헌신·희생·자매애 라는 동심 가져다 줘

사진 = 겨울왕국 포스터 / 쇼플레이

“이미 주변사람들이 ‘겨울왕국’을 다 봐서 같이 볼 사람이 없어…. 너 나랑 같이 한번 더 볼래?”

얼마전 만난 친구는 “ ‘겨울왕국’을 보지 않으면 대화에 낄 수조차 없다”며 불만 아닌 불만을 토로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900만 관객 수를 돌파, ‘아바타’에 이어 역대 외화 흥행 순위 2위에 올랐다. 대부분의 젊은 층들은 이 애니메이션을 본 셈이다. 그렇다 보니 관람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도, 이 주제로 대화를 함게 나누기도 힘들었을 터다. 올 겨울 ‘겨울왕국’의 인기는 뜨거웠다.스토리, 영상미 그리고 OST까지 삼 박자를 고루 갖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은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 관객까지 끌기에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이렇게 극장가에서 ‘엘사’ 열풍이 불고 있을 때 대학로에서도 어린이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가 어른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었다. 뮤지컬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는 독일 그림형제의 ‘백설공주’ 이야기를 난쟁이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독이 든 사과를 먹고 깊은 잠에 빠진 백설공주는 난쟁이들이 데려온 왕자의 입맞춤을 받고 잠에서 깨어난다는 동화 속 이야기. 하지만 왕자를 공주 곁으로 모셔오기까지 난쟁이가 어떤 고난과 역경을 겪었을 지를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산과 강을 건너 가시덤불, 불구덩이를 지나 간신히 인간계에 도착한 말을 하지 못하는 난쟁이 ‘반달이’. 난쟁이를 잡아 돈벌이로 쓰려는 인간들 때문에 반달이는 죽을 고비를 몇번이고 맞는다. 말을 하지 못하기에 반달이는 상처입은 몸을 이끌고 몇달 간 밤낮으로 ‘왕자를 찾는다’는 춤을 췄고 극적으로 왕자를 만나 공주를 살린다. 동화와는 다르게 ‘백설공주’ 이야기를 한 난쟁이 중심의 시선으로 풀이한 것이 뮤지컬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가 12년동안 어린이 관객 뿐만 아니라 어른 관객들에게도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매력 포인트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과 뮤지컬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어린이들을 위한 두 이야기가 어떻게 어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시각에서 찾아낸 관계의 소중함일 것이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선 권선징악, 남녀 간의 사랑 보다 더욱 두드러지는 것이 자매 간의 우애다. 뮤지컬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에서도 공주와 왕자의 사랑 보다는 사랑하는 상대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헌신이 돋보인다. 두 이야기는 팍팍한 현실에 지친 어른들에게 잊고 있던 형제애·자매애·헌신·희생이라는 동심을 가져다 준 것이다. 찬바람이 쌩쌩 부는 겨울, 기억 저편에 묻혀 있던 동심은 어른들의 마음마저 따뜻하게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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