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세 타던 LG디스플레이 '인텔 악재'

라이벌 샤프 제휴소식에 2.7% 내려
"실적 전망 양호… 단기 충격 그칠 것"


최근 외국인의 대량 매수에 힘입어 회복 조짐을 보였던 LG디스플레이가 인텔 악재를 만나 주춤거리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인텔이 LG디스플레이의 라이벌인 샤프에 투자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하락한 것. 다만 전문가들은 LG디스플레이의 실적 전망이 양호한데다 애플로 꾸준히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공급량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인텔 재료는 단기 악재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는 전날보다 2.73%(800원) 하락한 2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89억원, 87억원어치를 사들였지만 기관이 158억원에 달하는 매물을 쏟아내며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최근 상승곡선을 그리던 LG디스플레이가 하락한 것은 인텔이 일본 전자업체 샤프에 4,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샤프가 인텔과 자본 제휴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샤프가 인텔에 300억엔(한화 4,500억원) 출자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인텔은 샤프의 중소형 LCD 패널 기술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스마트폰 분야에서 샤프와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인텔과 샤프의 제휴가 성사되면 샤프는 인텔이라는 우량 패널 판매처를 확보하게 돼 샤프의 최대 라이벌인 LG디스플레이의 실적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최근 주가 급등에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인텔 악재를 계기로 차익 실현에 나선 점도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실제로 외국인은 지난달 20일부터 이날까지 24거래일 연속 LG디스플레이의 주식 2,850억원가량을 사들였으며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의 현재 주가는 지난 5월보다 42%가량 급등한 상태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가 급등에 따른 부담감이 있었던 상황에서 인텔의 샤프 투자 소식이 차익 실현 욕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며 "10월에 LCD 패널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UBS증권사의 분석까지 나오면서 주가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LG디스플레이가 힘을 못쓰면서 LG그룹주들도 동반 하락했다.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는 2.71%(1,800원) 하락한 6만4,500원에 장을 마쳤으며 LG디스플레이로부터 LCD패널을 공급 받는 LG전자도 이날 0.66% 하락한 7만5,200원에 거래를 끝냈다.

다만 전문가들은 LG디스플레이의 3ㆍ4분기와 4ㆍ4분기 실적 전망이 좋은데다 애플로 LCD 패널 공급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며 인텔과 샤프의 제휴 소식은 단기 악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소 연구원은 "고부가가치 LCD 패널 판매 비중 확대로 LG디스플레이의 3ㆍ4분기 영업이익이 2,730억원을 기록해 8분기 만에 흑자전환이 예상된다"며 "4ㆍ4분기 영업이익도 애플의 아이폰5 생산 증가에 따른 LCD 패널 판매 확대에 힘입어 3,2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돼 실적이 계속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애플로 LCD패널 공급 비중을 늘리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삼성디스플레이의 9.7인치 LCD패널 애플출하량은 68만3,000대로 지난 5월 대비 76%나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LG디스플레이의 애플 출하량은 255만4,000대에서 382만8,000대로 50%나 늘었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가 애플로 판매 비중을 꾸준히 늘리고 있는데다 4ㆍ4분기부터 북미와 중국을 중심으로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TV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여 LG디스플레이의 전망이 밝은 편"이라며 "샤프와 인텔의 제휴 소식은 단기 악재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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