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해외지수 활용 ETF 더 늘려야

문정업 대신경제연구소 대표


최근 투자의 큰 흐름을 보면 국내보다는 해외로, 기존 투자 수단보다는 투자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특징이 엿보인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순자산 규모는 계속 감소하지만 해외 주식(개별 주식 또는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지난해 국내 투자가들의 해외 증권 매수 규모는 전년 대비 86% 증가한 55억달러에 이른다. 이 중 70% 정도가 ETF 거래다. 글로벌 ETF 투자에 대한 인기가 확산 추세에 있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세계 각국의 주가지수와 금리 변화에 따라 지수·채권 관련 레버리지 ETF(역으로 인버스 ETF)를 매매한다든가 안전자산 선호 여부에 따라 채권이나 귀금속, 주식, 상품 관련 ETF를 매매한다. 특히 ETF는 다양한 기초자산을 바탕으로 투자방향을 역으로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크다.

앞으로도 해외 ETF 투자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주식시장이 중국 경제의 예상외 부진 등으로 지루한 박스권 장세를 보이지만 선진국 시장은 각종 경제정책과 경기 모멘텀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세계 ETF 시장의 순자산총액은 2013년 말 기준으로 2조2,000억달러(3,581개 상장)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1조달러도 안되던 것이 5년 만에 두 배 이상 커졌다. ETF 시장의 72%는 미국 시장에 상장돼 있고 이 중 70% 정도가 지수 관련 ETF다. 전 세계를 투자지역으로 삼는다면 미국 ETF 시장에서 쉽게 투자대상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의 경기둔화가 금융위기로 이어지는지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제 정세에 따라 글로벌 투자대상이 달라지겠지만 국내 시장(코스피·채권시장)보다 해외시장에서 투자대상을 찾는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과 유럽의 지속적인 경기 부양 가능성을 감안하면 미국 및 유럽 주가지수 관련 ETF나 금리 인상에 따른 시니어론, 국채 인버스 ETF 등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여기에 달러 강세까지 나타나면 환차익도 노려볼 수 있다.

국내 ETF 시장은 어떨까. 국내 투자가의 눈이 해외로,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으로 쏠린 상황에서 투자의 다양성을 충족시키려면 해외 주가지수 및 채권과 연계한 ETF를 상장시켜 투자대상의 지평을 넓힐 필요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올 상반기에 해외 레버리지 ETF를 신규 상장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국내 ETF 시장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9조4,000억원 정도 규모다. 2002년 국내 ETF 시장이 개설된 후 연평균 49%의 성장률을 보였다. 거래량이 적고 ETF의 다양성이 미흡하다는 평을 받지만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커 보인다. 현재 세계 ETF 시장이 세계 시가총액의 3.6%인 데 비해 국내 ETF 시장은 코스피 시총의 1.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 국내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이 연간 45조~50조원 발행되는 것을 감안하면 성장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이런 분위기 속에 국내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타면 국내 ETF 시장도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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