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욱 감독의 신작‘박쥐’의 두 주인공 송강호(왼쪽)와 김옥빈은 각각 뱀파이어가 된 신부‘상현’과 신부를 유혹하는 팜므파탈‘태주’ 역으로 등장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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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는 박찬욱 감독 영화 중에서도 ‘파격의 최정점’ 이라고 생각합니다. 10년 전 박찬욱 감독에게서 처음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땐 워낙 독특한 소재와 이야기라 이런 영화가 만들어질 수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박찬욱 감독이 없었다면 한국에서 이런 영화를 보기는 어려웠을 거예요”-송강호
“아름답지 않아요?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하고싶다고 졸랐어요. 이렇게 입체적이고 감성적인 캐릭터는 어느 배우가 봤어도 탐나지 않았을까요.”-김옥빈
27일 인터뷰를 위해 두 사람을 만난 압구정동의 한 카페. 소파에 쓰러지며 온몸으로 쾌활하게 웃던 김옥빈(23)에게는 사제를 유혹하는 태주의 모습이 남아있었고, 감량 탓인지 한층 날카로워진 인상으로 얘기를 하는 송강호(42)에게는 뱀파이어가 된 신부 상현의 고뇌가 남아있었다.
배역의 잔흔(殘痕)이 채 가시지 않은 두 배우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 보다 두 사람의 ‘노출’이 화제에 오르고 있는 것에 대해 무덤덤했다.
문제의 장면은 신부 ‘상현’이 뱀파이어가 된 줄 모르는 일부 신도들의 환상을 깨기 위해 한 여신도를 성폭행하는 장면에서 송씨의 전면이 노출된 것. 시사회 이후 세간의 관심이 노출에만 집중돼서 속상하지 않느냐는 말에 송씨는 “인터넷 매체의 속성 아니냐”며 “이미 예상했던 것”이라며 덤덤하게 말했다. 김씨 역시 “클릭수를 높여야 되잖아요”라며 웃어 넘겼다.
하지만 장면에 대한 설명을 할 땐 눈빛이 달라졌다. 송씨는 “노출, 노출하는데 그건 상현의 영혼이 소멸되는 아주 ‘숭고한’ 장면이에요. 전 그 부분을 찍을 때 울컥했어요. 아주 순수하고 맑던 상현이 밑바닥까지 온 거잖아요” 라고 말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해 달라고 하자 “여러 번 찍을 것도 없고 한 컷에 갔다”고 답했다.
김씨 역시 파격적인 노출신이 부담되지 않았냐는 질문에 “노출이 없다고 시나리오가 더 좋아지나요?”라고 되묻더니 “노출이라는 이유하나 때문에 이 시나리오가 갖고 있는 엄청난 매력과 무수한 장점을 색안경 끼고 볼 순 없잖아요.”라고 단호하게 끊었다.
그는 또 영화 뒤로 갈수록 연극적인 연기가 나온다는 지적에 대해 “태주가 자기 충만함에 빠져있는 거죠. 그래서 일부러 행동과 얼굴을 과장되게 한 거에요”라며 “자기가 상현의 우위라는 것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쥐는 오는 13일 개막할 프랑스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기자 시사회 당시 송강호는 “황금 종려상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기자가 ‘“정말 자신 있느냐?”고 묻자 그는 “기자 분들이 자꾸 여쭤보니까 어쩔 수 없이 대답한 거였어요”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우연찮게 칸에 네 번이나 가게 됐는데 감독상도 받아봤고, 작품상과 여우주연상도 받았으니 남은 건 황금종려상 아니냐”며 “그래서 그렇게 말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상 욕심이 없냐는 질문에 김옥빈은 “상 욕심은 무슨 상 욕심이에요, 제가 감히”라며 “내가 갈 자격이나 될까 싶어요”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자리를 털고 일어서며 송강호가 말했다.
“모두가 다 좋아한다면 그건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아니죠. 하지만 영화관을 나올 때 정말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었던, 영화다운 영화를 봤다는 느낌이 들 겁니다.”
감독을 치켜세워 자신감을 드러내는 그의 수사에는 연륜이 배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