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돌고 있는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의 사망설은 장막 뒤에 가려진 중국 권력투쟁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상하이방의 대부인 장 전 주석의 부재는 시진핑 주석의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도 있지만 반개혁세력 연대의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장 전 주석 사망설과 관련해 일체의 보도가 나오지 않도록 통제하는 상태다.
장 전 주석의 사망설은 지난달 30일 도쿄신문이 방광암으로 위독하다고 보도한 후 중추절 연휴 중국 인터넷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지난 6일 홍콩신보의 인터넷 기사를 출처로 중국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지만 정작 홍콩신보는 보도 사실을 부인했다. 급기야 중국 외교부 브리핑에서도 화춘잉 대변인은 "처음 듣는 얘기라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 웨이보 등 인터넷에서는 장쩌민이란 이름과 장 전 주석의 별명인 '두꺼비' 등의 검색을 차단하고 있다.
일단 시 주석이 11일 타지키스탄·몰디브·스리랑카·인도 등 4개국 순방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리커창 총리 등이 톈진에서 열리고 있는 하계 다보스포럼에 정상적으로 참석하는 등 중국 최고지도부가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고 있어 급박한 상황은 아니라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관측이다. 하지만 장 전 주석이 88세의 고령인데다 방광암으로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투병 중이었다는 점에서 사망설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장 전 주석의 사망설이 주목되는 것은 그가 현재 진행 중인 당내 권력투쟁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권력과 부를 거머쥔 상하이방의 중심인물이던 저우융캉이 부패혐의로 체포된 후 시진핑 정부의 개혁세력은 이번 기회에 상하이방을 몰아내려 하고 여기에 상하이방은 장쩌민을 배후로 맞서는 상황이다. 개혁세력들은 장쩌민 사망설로 상하이방을 공중분해시키겠다는 속셈이지만 상하이방은 장 전 주석의 위독설·사망설 등으로 반개혁세력이 연대해 개혁세력을 공격할 빌미를 찾고 있다. 이날 상하이방 군부패의 몸통으로 불리는 또 다른 상하이방 중심인물인 쉬차이허우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부패혐의로 조사를 받다 방광암으로 위독하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베이징 정가에서는 장 전 주석이 사망할 경우 시 주석을 중심으로 한 개혁세력과 상하이방의 암투가 수면 위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지만 시 주석이 바로 상하이방을 쳐내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고지도부인 상무위원에 상하이방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인물이 3~4명에 이르는데다 자칫 당내 권력투쟁으로 쌓아놓은 권력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 전 주석의 사망설이 2011년에 이어 또 한번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도 높지만 과거 중국 최고지도자들의 사망설이 언론에 나온 후 1~2개월 내에 사망한 경우가 있어 세간의 관심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오쯔양 전 총서기의 경우 2005년 1월 홍콩 언론에 사망설이 보도된 후 2월 폐기능 악화 및 심장질환으로 사망했고 상하이방의 2인자였던 황쥐 전 부총리도 2007년 5월9일 홍콩 봉황망에 사망설이 나오고 한달 뒤인 6월2일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