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당황스러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영화 '세이프'로 제66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최초로 단편 부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문병곤(30ㆍ사진) 감독은 31일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수상 후 달라진 자신의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약간은 상기된 표정이었지만 행동은 나이보다 겸손했다.
문 감독은 "지금 이 회견장에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흥분돼 있는 것 같다"며 "다만 부모님이 너무 좋아해서 이제는 내가 뭘 하든 태클을 안 걸 것 같아 더 자유롭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일단은 영화로 시작했기 때문에 영화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사실 장르나 캐릭터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역량이 된다면 영화뿐 아니라 시와 소설ㆍ만화 등 다양해 매체에도 도전해볼 생각도 갖고 있다"고 했다.
13분 분량의 영화 세이프는 불법 사행성 게임장 환전소에서 일하는 여대생과 도박에 중독된 사내의 모습을 통해 현대인의 자화상을 농밀하게 그린다. 살인사건까지 몰고온 탐욕스러운 인간 단면을 깊은 통찰력으로 표현해낸 점이 이번 칸영화제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 감독도 "시기 적절한 메시지, 스릴과 긴장감 같은 것들에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줬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수상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예상은 전혀 못했다. 사전에 아무런 언질도 받지 못해서 단상에서 내 이름을 호명해 깜짝 놀랐다"고 수상 순간을 전했다.
롤모델로는 박찬욱ㆍ봉준호ㆍ김지운 등 선배 감독을 꼽았지만 "입봉한 감독은 다 존경을 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면 좋은 성과가 있다는 사실을 동료 감독들과 공유할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는 말도 했다.
그는 집중적으로 쏟아진 수상소감 질문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당황했고 지금은 너무 좋은 상태며 앞으로 어떻게 처신할지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며 "더 성숙되고 관록 있는 메시지를 가진 좋은 영화로 찾아뵙겠다"고 답했다.
문 감독은 이어 "니콜라스 빈딩 레픈 감독의 '드라이브' 같은 사이즈와 그 정도의 스펙터클을 지닌 영화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다만 흥행이나 차기 영화제 출품에 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사실 다음 영화에 대한 부담감이 많다. 다만 어차피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다음 작품에 전력투구하겠다"는 말로 쏟아지는 관심에 대해 자신이 현재 갖고 있는 마음과 각오 등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