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가 전국 16개 광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기업활동 규제 순위를 매겨 공개했다. 경북과 전남ㆍ경기ㆍ전북은 상위권에 들어갔고 제주와 광주ㆍ대전ㆍ울산은 하위권에 그쳤다. 제조업 메카이자 1인당 지역총생산이 1위인 울산이나 과학기술 중심지인 대전이 각각 13위와 14위라는 사실이 다소 뜻밖이다.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제주가 최하위인 것도 의외다.
이번 조사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상의가 지자체 규제를 평가해 순위를 매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이다. 지자체의 규제완화 경쟁을 유도하려는 취지에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점이라 평가 결과를 두고 시도에서 이런저런 불만이 나오는 모양이지만 그보다는 분발과 자성의 계기로 삼기 바란다. 따지고 보면 종합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경북(63.4)과 최하위인 제주(57.7)의 격차라야 고작 5.7점밖에 나지 않는다.
상의 조사가 주목을 받는 두번째 이유는 법령상의 규제 외에 공무원의 태도가 기업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다 분명히 밝혀냈다는 것이다. 쓸데없는 자료까지 과도하게 요구하거나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민원서류를 붙들고 지연 처리하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그동안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기업인과 일반국민의 불만을 사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번 평가에서 상위권 지자체들은 하나같이 행정 서비스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기업환경은 단체장의 의지와 공무원의 태도에 따라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다. 아무리 법령상의 규제를 완화한들 민원창구에서 팔짱을 끼고 있으면 체감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평가 결과를 두고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고쳐야 한다. 그러자면 단체장의 행정개혁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규제완화 노력에 따라 재정상의 인센티브를 제공하자는 상의의 건의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검토할 만하다. 상의도 지자체 규제평가를 정례화해 16개 시도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