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서울 소재 A중학교가 시행한 7,128만원 규모 책걸상 납품 계약에서 15%의 할인율을 적용, 최저가를 적어낸 전라도 소재의 한 업체가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본래 교구는 중소기업간 경쟁품목으로 지정, 다수공급자계약(MAS) 업무처리규정에 따라 제품가의 90%까지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정 규모 이상 납품시 할인율을 무한정 높일 수 있는 다량구매할인율 규정에 따라 중기경쟁품목에 대한 할인율 상한선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에대해 한 책걸상 제조업체 대표는 "일부 업체들이 가격을 후려치며 적자 수주까지 일삼고 있는데 조달청은 업계 자정활동을 통해 해결하라고만 한다"며 "다량 납품을 할 때도 중기간 경쟁제품에는 '10%룰'을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공구매 입찰에서 수주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된 품목에서도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단계 경쟁시 가격에 대한 배점이 가장 높다 보니 최저가를 적어낸 업체들의 낙찰률이 높아지면서 출혈경쟁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한 가구업체 관계자는 "민수시장 침체로 공공시장에 뛰어드는 업체가 늘면서 과도한 할인율을 적용한 사례가 빈번하다"며 "공공부문 납품 실적이 적은 업체들이 트랙 레코드를 쌓기 위해 20%에 육박하는 할인가를 제시하는데 조달청에서는 업체가 제시하는 다량할인율을 무제한으로 받아주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MAS규정 제40조 7항에 따르면 납품 대상 물품이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에 해당하는 경우 제안 요청시 계약가격의 90% 미만으로 가격제안서를 제출할 수 없다. 그러나 다량납품요구량에 의한 할인이나 할인행사에 의한 할인인 경우 10% 넘는 할인율을 적용하는 게 가능하다. 이 예외조항에 따라 상당수 중기 경쟁제품 입찰에서도 저가 할인경쟁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중소기업의 공공시장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가 제도의 허점으로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업계에서는 조달시장에서 벌어지는 무차별 할인 경쟁을 막으려면 다량납품 계약에 대해서도 할인율을 10% 이내로 제한하는 '10%룰'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가구업계를 비롯해 공공 조달시장 의존도가 높은 업종 단체들은 이미 공청회 등을 통해 다량구매할인제도 폐지 혹은 개정을 건의한 상태다.
사정이 이런 데도 조달청은 적극적으로 규정 개선 등에 나서지 않고 있어 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납품 규모가 커질수록 원가 절감 효과가 커지면서 할인 여력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는 게 조달청 입장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올해 업계 건의사항을 검토하고 MAS 규정 개정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면서도 "다량구매할인제도 폐지나 개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