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추격의 관성

제7보(146~166)


미생마를 살리기 위해 구리가 46으로 뛴 데까지는 필연이었다. 바로 이 순간이 운명의 순간이었다. 최철한은 추격자의 관성에 따라 흑47로 계속 따라갔다. 그리고 역시 관성에 따라 51로 끊었고 61로 공격을 계속했던 것인데…. 구리가 62로 하나 두어놓고 64로 쭉 뻗어버리자 비로소 최철한은 정신이 퍼뜩 들었다. 중앙 백대마는 잘 죽지 않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집의 균형은 어떠한가. 집은 반면으로도 흑이 모자란다. 송아지삼총사의 검토회에서 원인분석이 나왔다. 문제는 추격의 관성이었던 것이다. 백이 46으로 도망쳤을 때 흑은 더이상 추격하지 말고 계가바둑으로 돌아서야 했다. 흑47로는 가만히 55의 자리에 걸쳐야 했다. 그것으로 하변은 흑의 영토가 된다. 백은 어떤 식으로든 우하귀를 후수로 지키지 않을 수 없는데 그때 참고도1의 흑1로 달려갔으면 무조건 흑승이었던 것. 백2로 받으면 3에서 15까지로 철저히 봉쇄하면서 패를 즐길 수 있다. 참고도2의 백2로 받는다면 흑3 이하 9로 큰 수가 난다. 흑은 이 수순을 당장 두어치울 수도 있고 은근히 노리면서 다른 큰끝내기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실전은 어떠한가. 거의 파국이다. 집은 모자라고 잡으러 가자니 잘 안 잡힐 관상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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