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앓고 있다] 한국 청년들도 만성 취업난

15~29세 고용률 1982년래 최저… 명문대 출신도 '하늘의 별따기'


염모(36)씨는 명문 Y대 법학과 출신의 공무원시험 준비생이다. 군대에서 전역한 23세부터 신림동 고시촌에서 사법고시를 준비했지만 10여차례 고배를 마시고 결국 공무원시험으로 방향을 틀었다. 처음에는 7급 검찰 사무직을 희망했지만 이마저도 경쟁률이 만만치 않아 지금은 9급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염씨는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시험에 붙거나 취업을 해서 떠날 때마다 느끼는 좌절감이 크다"며 "집에 손 벌리기가 너무 죄송해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며 독서실에서 먹고 자는 생활을 몇 년째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자 친구를 사귀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가끔 만나는 친구들과의 술자리 비용도 직장인들의 몫이다.

청년실업 문제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염씨처럼 공무원시험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대학을 다니며 영어·자격증 등 취업준비에 모든 것을 다 걸어도 정작 졸업하면 갈 곳이 마땅하지 않다. 취업지원서를 수백 번 내도 면접조차 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취업이 어려우니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고 인간관계 등 모든 것이 꼬여만 간다.

만성적인 취업난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두 번의 경제위기를 거치며 더욱 악화됐다.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며 고용의 양극화는 심화되고 고용의 질은 더욱 나빠졌다. 대학의 서열이 취업률로 평가되고 청년들은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시험 준비와 대기업에만 몰린다. 학벌과 직장 등 간판만 따지는 사회 분위기와 창업이 어려운 환경은 청년들을 도전보다는 취업에 매달리게 하고 있다.

청년실업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통계를 작성한 1982년 이후 가장 낮은 39.7%까지 떨어졌다. 일하는 청년들의 비율뿐만 아니라 절대 숫자까지 줄어드는 추세다.

일하는 청년층이 줄어들면 경제발전의 성장동력도 훼손될 수밖에 없다. 2010년대에 평균 3.4%인 경제성장률이 2030년대에는 1.2%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연유도 노동인구 감소에서 비롯된다. 안주엽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청년들은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고 중소기업은 인력난으로 고충을 겪는 현상이 병존해 있다"며 "이 같은 미스매칭을 해소하지 못하면 고용시장의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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