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대포차' 실태 파악부터

정부가 ‘대포차’ 즉 사용자와 명의소유자가 다른 차량에 대한 강력한 단속 의지를 밝혔지만 실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책 수립의 기초가 되는 통계자료부터 부처별로 서로 달라 혼선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는 최근 대포차가 자동차세 체납액의 10.8%인 864억원을 체납하고 있다며 6월 한달을 ‘대포차 일제 정리기간’으로 정하고 지방자치딘체들과 함께 대대적인 체납 감축운동에 들어갔다. 행자부가 파악하고 있는 전국의 대포차 규모는 약 4만5,000대. 그러나 관련 부처인 국민고충처리위원회는 서울에만 약 9만3,700대의 대포차가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전국 차량 대수를 서울의 5배 정도로 보면 고충위가 파악하고 있는 대포차의 규모는 전국적으로 무려 46만대에 달해 행자부와 최대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행자부는 추정 근거로 건설교통부의 자동차 등록 대수(현재 1,500만여대)를 기준으로 각 지자체가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 명의소유자 명부와 재정경제부가 확보하고 있는 보험가입자 명단 등을 대조한 결과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고충위는 서울시의 자동차 등록 대수(283만대)를 근거로 서울 시내에 굴러다니는 자동차 100대 중 3~4대는 대포차라고 맞서고 있다. 고충위는 이를 전제로 지난 4월 교통안전공단에 6개월짜리 연구 용역을 발주한 데 이어 올 하반기 공청회 등을 거쳐 대포차 단속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대포차에 대한 이 같은 인식 차이는 정부 차원의 실태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은데다 부처간 정보 공유마저 제대로 안돼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부실한 현황 파악을 근거로 한 정책이 제대로 추진될 리 없고 국민 세금으로 운용되는 행정기관들의 행정력만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정부가 정말로 범죄 등 각종 사회 문제를 유발하는 대포차의 효율적인 관리에 나설 뜻이 있다면 실태부터 우선 제대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