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주력산업 침체에도 부동산만 앗 뜨거

기업 적자 불구 실질임금 늘고 퇴직자 증가로 뭉칫돈 유입
분양권 등 주택거래 41% 급증
혁신도시선 웃돈 최대 1억 달해… 땅값도 1.85% 올라 7년래 최대


울산이 지역 주력 3대 산업의 동반 침체라는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만 호황을 맞고 있다. 7년 만에 땅값이 가장 많이 오르고 아파트 신규 분양은 물량이 모자라 억대의 웃돈이 붙은 매물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주력산업 침체에도 불구하고 지역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이 줄지 않은데다 고액근로자들의 퇴직에 따른 자산변화 등이 이유로 꼽혔다.

23일 한국은행 울산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지역 주택 거래는 3만1,00건으로 2013년 보다 32.1% 증가했다. 분양권 거래를 포함할 경우 거래량은 4만6,000건으로 전년 대비 41% 증가했다. 이는 전국 평균 매매거래 증가율(18%)을 크고 웃도는 것으로 지역별로는 서울(32.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울산지역 신규 아파트 순위 내 청약경쟁률은 14.09대 1로 전국에서 3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구 산하동에서 분양한 '울산 블루마시티 효성해링턴플레이스 1단지' 청약경쟁률이 73.8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청약접수를 한 울산 '드림in 시티 에일린의 뜰 1차'는 분양 당시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데 이어 현재는 3,000만원 가량 웃돈이 붙었다. 울산 혁신도시 내 위치한 아파트는 웃돈이 최고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분양 열기와 함께 땅값도 오르는 분위기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4년 전국 지가변동률'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울산지역 땅값은 평균 1.85% 올라 2007년(2.90%)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부동산의 나홀로 호황이 석유화학과 자동차, 조선으로 대표되는 울산의 주력산업이 한꺼번에 침체에 빠진 지역 경기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울산시의 한 관계자는 "근로자가 많은 울산의 특성상 안정적인 수입이 있고, 안전 자산인 부동산으로 전환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며 "기업 경기가 곧바로 부동산 경기로 이어지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울산 경제의 50%를 차지하는 석유화학 업종이 중국의 생산설비 확충과 저유가 등으로 인해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근로자의 실질 임금은 줄어들지 않았다. 조선업은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지난해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하며 구조조정을 하고 있지만, 근로자 월급은 오히려 올랐다. 현대자동차 생산직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1억원이 넘는다. 이 관계자는 울산의 고소득과 고른 소득분배를 이유로 들었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낸 '울산지역의 소득분배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배경 및 과제'에 따르면 울산지역의 가구당 평균소득(연간, 2012년 기준)은 5,437만원으로 전국 평균(4,475만원)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되어 있어 안정적인 소득창출이 가능한 상용종사자 고용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다. 반면 가계가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 부동산 등 축적된 자본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어 근로소득 이외의 수입 원천을 가진 고액자산가 비중은 낮은 편이었다. 가구 소득분배가 양호한 것을 뜻했다.

울산에서 가장 두터운 인구 구조로 되어 있으면서 그동안 상용종사자로 고소득의 혜택을 받았던 장년층(40~50대)이 퇴직을 앞두고 자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최근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부동산 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며 "울산도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쌓아 둔 자산을 부동산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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