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차 애물단지(?)
"경유값 치솟아 LPG차량으로 개조하고 싶어요"
강동호 기자 eastern@sed.co.kr
경유값이 급격히 오르면서 한때 인기를 끌던 경유차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매년 환경개선부담금 등을 내야 하는데다 최근 경유값이 휘발유 값의 85% 수준까지 급등, 더 이상 가격 이점을 누릴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서울과 인천ㆍ경기 등 수도권의 경우 앞으로 2~3년 내 경유차의 도심 진입시 '교통환경부담금(가칭)' 부과도 예고돼 있다.
30일 한국석유공사가 전국의 주요소 980곳을 대상으로 표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달 넷째주(7월24~28일) 무연 휘발유의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545.7원으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경유 가격도 리터당 1,298.9원으로 전주보다 1.18원 상승, 4주 연속 최고가를 이어 갔다.
이에 따라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 차이가 채 300원도 안돼 차를 모는 소비자 입장에서 경유차가 더 이상 비용절감의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차 값 자체가 비싼데다 해마다 환경개선부담금과 정밀 검사 비용을 내야 하지만 치솟는 경유값이 더 이상 이를 보상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경우 갤로퍼ㆍ스타렉스 등 레저용차량(RV)은 매년 환경개선부담금 13만원과 3만3,000씩을 각각 부담해야 하며 이마저 차령이 오래될수록 비용 부담은 더욱 증가한다.
게다가 서울시 등은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매연저감장치(DOCㆍDPF)를 부착하지 않은 차량에 대해서는 앞으로 2~3년 후 도심진입을 금하고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교통환경부담금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부착비용의 90%를 지원해 준다고는 하지만 달고 싶다고 아무나 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예산 제약으로 승용차는 5년 이상 지나야 하고 3.5톤 이상 화물차는 2년 이상 지나야 우선 신청대상이 될 수 있다.
서울시의 경우 올해 관련 예산 550억여원을 확보하고 해당 차량들에 안내문을 발송하고 있지만 올해 겨우 4만2,387대만 부착할 수 있을 뿐이다. 서울시 경유차 등록차량(84만1,000대)의 5%에 지나지 않아 이 같은 속도라면 등록차량 전체에 부착하는 데 20년이 걸린다. 행여 그 전에 환경부담금제도가 시행된다면 꼼짝없이 200만~300만원 하는 매연저감장치를 자기 비용으로라도 달아야 할 판이다.
서울 강동구에서 광화문까지 갤로퍼를 몰고 출퇴근한다는 김모(37)씨는 "경유차의 덩치가 커서 도심 주차하기도 싶지 않은 데다 기름값마저 오르고 나니 더 이상 운전하고 싶지 않다"며 "휘발유 값의 절반 정도인 LPG 차량으로 개조하든지 아니면 기름을 끼얹고 확 불질러 버리고 싶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입력시간 : 2006/07/30 1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