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윤여준 이화여대 교수

항생제 합성 과정 반세기만에 밝혀냈다
다양한 유전자 조립 실험 통해 기존 가설 뒤집어
신약물질 개발 등 항생제 내성문제 해결 길 마련

윤여준(왼쪽 두번째) 이화여대 교수와 연구진이 연구실에서 함께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연구재단


반세기 만에 드디어… 세계가 놀란 한국인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윤여준 이화여대 교수항생제 합성 과정 반세기만에 밝혀냈다다양한 유전자 조립 실험 통해 기존 가설 뒤집어신약물질 개발 등 항생제 내성문제 해결 길 마련

박윤선기자 sepys@sed.co.kr













윤여준(왼쪽 두번째) 이화여대 교수와 연구진이 연구실에서 함께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연구재단










결핵 치료제 중 가장 오래된 항생제인 카나마이신의 합성 경로가 반세기 만에 규명됐다.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항생제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12월 수상자인 윤여준(43) 이화여대 교수는 지난 10년여간 미생물로부터 추출한 천연물로 만든 항생제ㆍ항암제ㆍ면역억제제 등의 합성 과정을 규명하고 이들의 유전자를 다양하게 조립하는 방식으로 신약을 개발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연구자다.

윤 교수는 결핵균 등의 치료에 사용돼온 항생제 카나마이신의 생합성 과정을 최초로 규명하고 신규 항생제 후보물질을 개발했다. 생합성이란 인공적인 화학합성이 아닌 생물체의 몸 안에서 세포의 작용으로 유기물질을 합성하는 물질대사를 뜻한다.

이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전문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케미컬바이올로지에 게재됐다.

항생제의 적, 일명 슈퍼박테리아라고 불리는 다제내성 병원균은 강력한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박테리아다. 다제내성 병원균애 대응하려면 기존 항생제와 구조가 다른 새로운 항생제가 필요하다. 항생제 개발에는 새로운 물질을 화학적으로 만들어내거나 자연에서 새로운 물질을 발견하는 방법 그리고 기존 항생제 합성 과정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을 재조합 해 새로운 항생물질을 개발하는 방법이 있다. 아예 새로운 물질을 만들거나 발견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존 항생제의 구조를 바꾸는 방법이 가장 흔하다. 많은 과학자들은 새로운 항생제를 만들기 위해 기존 항생제 합성 과정을 규명하고 이 과정에 새로운 물질을 넣는 연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카나마이신은 결핵ㆍ폐렴균에 사용한 가장 오래된 항생제로 지난 1950년대부터 사용됐다. 내성균이 등장하면서 카나마이신과는 다른 항생제가 필요했고 1970년대 카나마이신을 원료로 화학 합성한 2세대 항생제인 아미카신과 아베카신이 개발됐지만 머지않아 이를 무력화시키는 내성균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많은 과학자들이 카나마이신의 합성 경로를 밝혀내기 위해 여러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려 했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성과가 없었다. 카나마이신을 만드는 미생물이 실험을 하기에 매우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토양미생물인 방선균 중 하나인 이 미생물은 보통 미생물보다 성장 속도가 10배 이상 느리고 유전자 조작이 거의 불가능해 실험에 사용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실험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가능한 것은 예측뿐이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미생물이 카나마이신 C를 만들면 이것이 카나마이신 B로 변형된 후 비로소 항생제로 사용하는 카나마이신 A가 만들어진다는 가설을 가장 신뢰해왔다. 윤 교수는 유전자 조작이 어려운 카나마이신을 생산하는 미생물 대신 유전자 조작이 쉬운 또 다른 방선균을 사용해 실험과 검증에 나섰다. 카나마이신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조각낸 후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다양한 형태로 조합해 어떤 조합에서 카나마이신이 합성되는가를 하나씩 확인하는 방법이다.

연구 결과는 기존 과학자들의 가설을 뒤엎는 것이었다. 카나마이신은 카나마이신 BㆍC와 관계없이 카나마이신 X에서 생성됐다.

윤 교수는 "원래 카나마이신을 만들어내는 미생물과 실험에 사용한 미생물이 모두 방선균으로 같은 종류이기 때문에 다른 미생물이지만 합성 과정은 같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나마이신 합성 과정의 규명은 앞으로 카나마이신과 아미카신 등에 내성을 지닌 다제내성 병원균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교수 연구팀은 실제로 다양한 내성균의 감염을 치료하는 새로운 항생물질의 생합성에 성공해 그 가능성을 직접 입증했다. 새로운 항생물질은 카나마이신과 아미카신의 내성균들에 대해 높은 항균활성을 보였다.

연구 결과는 국제특허로 출원됐으며 현재 국내외 제약사들과 새로운 항생제와 미생물을 이용한 합성법에 대한 상당한 액수의 기술이전과 향후 임상시험에 대한 연구비지원에 대한 협의가 구체적으로 진행 중이다.

윤 교수는 "본 연구를 통해 새로운 항생제 후보물질들이 개발되고 추후 산업화로 이어진다면 인류가 당면한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미생물에 의해 합성되는 천연물 의약품의 생합성 분야에서 세계적 선도 연구를 수행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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