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댕 갤러리의 입구 글래스 파빌리온에는 우레탄과 수지 에폭시로 만든 알래스카산 흰색 순록모형이 공중에 매달려 있다. 관람객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하는 작품인 듯 순간 착각을 하게 되지만, 자세히 보면 순록의 배가 갈려져 있고 그 속에 카메라 장치를 발견하고선 감성적 추측이 틀렸다는 것을 감지한다.
순록의 배 속에 장착된 적외선 카메라는 주변을 실시간으로 촬영, 별도로 설치한 모니터에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모니터에서 나타나는 영상은 순록 주변의 공간이자, 동시에 관람자가 순록에게 먹히는 형국을 표현한 과정이다.
인간의 오만에 경종을 울리는 이 작품은 스스로를 먹이 연쇄의 최종 소비자 정도로 알고 있던 인간도 결국 거대한 순환 체계에서는 한낱 미미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을 겸허하게 말하고 있다.
2006년 광주비엔날레 대상 수상작가인 마이클 주가 로댕 갤러리 초대돼 1일부터 개인전을 열었다. 뉴욕에서 출생한 한인 2세 작가인 그는 생물학을 전공하고 미술로 진로를 바꿔 인종적 정체성과 자연의 순환에 대한 고민을 작품에 담는 데 천착해 왔다. 전시는 마이클 주의 15년 작가생활을 조망할 수 있는 첫 미술관 개인전으로 국내 처음 선 보이는 15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인간의 분비물인 소변을 소재로 사회적ㆍ문화적ㆍ인종적 특성을 역설하는 작품 '노란, 더 노란, 가장 노란(Yellow, Yellower, Yellowiest)'과 미국에서 동양 남성의 정체성을 비행기 몸체에 유화로 묘사한 '미스 미국(Miss Meegook)' 등 개념적이면서도 사회 비판적인 그의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다. 전시는 2007년 1월 28일까지. (02)3014-6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