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대국 이스라엘을 가다] <하> 한국이 배울 점

세계시장서 통하는 제품 만들어라
매각 대한 나쁜 시선 버리고 M&A 인프라 형성 집중을
벤처 지원 선정 엄격하게 토론 통해 창의력 키워야

김일수 주이스라엘 대사

신우용 텔아비브 무역관장


'해외 매각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부실한 벤처기업 지원대상 선정, 획일화된 교육 시스템'

이스라엘에서 창조경제의 실상을 직접 접한 한국 관계자들은 이 같은 문제점들을 우리나라가 이스라엘식 창조경제로 나아가기 위해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이들은 특히 이스라엘의 창업기업 지원제도 등 하드웨어적인 측면은 물론 기술창업을 활성화시킨 유연한 사고와 토론식 교육 등 소프트웨어 측면도 적극적으로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창업기업 해외매각 유연한 사고 필요= 우리나라에서는 내수시장을 목표로 기업을 창업하는 경우가 많고 벤처기업이나 토종기술이 해외 자본에 매각될 경우 거센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한다. 하지만 이스라엘 창업자들은 대부분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기술 매각 및 인수합병(M&A)을 염두에 둔 채 사업을 시작한다. 신우용 코트라 텔아비브 무역관장은 23일(현지시간)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스라엘이 창조경제의 모델로 떠오른 이유 중 하나는 기술 매매 및 M&A 시장이 잘 형성돼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800만명의 인구로 내수시장이 제한적이다 보니 기업을 만들어 키운 후 기업 및 기술을 다국적기업에 매각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정착된 것이다. 심지어 M&A를 목적으로 기업을 만들어 다국적 기업에 매각하고 이런 과정을 3~4차례에 걸쳐 반복하는 기업가도 있을 정도다. 지난해 이스라엘 기업들이 M&A나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회수한 금액만 총 84억달러에 이른다. 김일수 주이스라엘 대사는 "이스라엘 창업기업들은 대부분 초기 단계부터 해외 매각을 고려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글로벌 스탠더드 및 글로벌 자금 유치 방법 등을 배울 수 있고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원대상 선정은 더 엄격하게= 우리나라에서는 자금을 지원할 벤처기업을 선정할 때 주로 대학 교수들이 심사를 맡는다. 따라서 기업경영 및 기술에 대한 전문지식 부족으로 리스크 관리가 안 되고 경쟁력 있는 신생기업에 기회를 주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하곤 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에서는 수석과학관실(OCS) 산하에 기업경영이나 연구기관 경험을 지닌 심사위원을 두고 지원대상 기업을 선정한다. 이런 정예 심사위원들이 창업기업에 직접 가서 2~3일간 같이 있으면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교수 출신 심사위원들이 프레젠테이션과 과거 매출 등을 토대로 지원대상을 선정하는 우리의 경우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김 대사는 "창업기업을 제대로 키우려면 가능성 있는 기업을 뽑는 게 첫 번째로 엄정하고 실질적인 심사과정은 필수"라며 "자금을 지원할 기업을 선정할 때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시장을 잘 아는 심사위원들에게 맡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프트경쟁력을 키워라= 이스라엘이 창업강국으로 떠오른 데는 교육과 문화 등 '소프트 경쟁력'도 큰 역할을 했다. 이스라엘은 어릴 때부터 일방적 훈계보다는 토론을 통해 결론에 이르는 토론 중심의 사고방식을 가르치고 있으며 항상 '왜'라는 의문을 던지게 하는 교육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러한 창의적 사고 및 교육방식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이어져 활발한 창업이 이뤄지는 구조다. 신 관장은 "이스라엘의 창업 과정이나 지원제도 등 하드웨어에만 관심을 갖기 보다는 수백년 간 이어져 온 격의 없는 토론문화와 토론식 교육, 신뢰에 기반해 실패를 용인하는 분위기 등 창의성을 높이는 소프트웨어 측면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의 창의적인 군대 운영도 벤치마킹이 필요한 분야로 꼽힌다. 이스라엘 군대는 주특기별로 우수 인재를 뽑아 2~3년 동안 특기를 살릴 수 있도록 교육을 하고 프로젝트도 맡기는 게 특징이다. 군대에서의 프로젝트 경험이 도움이 돼 이스라엘에서는 군 출신의 창업이 매우 보편화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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