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주요 증권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반기 대졸 공채를 건너뛰기로 했다. 수익 악화로 '있는 식구'도 내쫓는 마당에 '새 식구'를 들일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반기 대졸공채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업황 악화 속에 신규 인력 수요가 줄어들면서 하반기에 신입공채를 몰아 뽑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대졸 공채를 건너 뛴 미래에셋증권도 아직까지 상반기 공채 계획을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우리투자증권도 올해 상반기 공채를 거르기로 했다. 작년에는 증권사 자체 대졸공채를 진행했지만 올해는 하반기 그룹공채와 함께 하계 인턴 중 성적 우수자를 일부 채용할 방침이다. 대우증권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상반기엔 고졸 직원 채용만 진행하고 대졸 신입사원은 하반기에 뽑을 예정이다.
중소형 증권사들에 이어 대형 증권사들마저 신입 공채를 미루는 것은 장기 업황 부진 탓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2 회계연도 62개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1조2,408억원으로 전년 대비 43.9%나 줄어들었다. 전년 10곳이었던 적자 증권사는 15곳으로 늘어났다.
흑자를 낸 나머지 증권사들도 이익 규모는 전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거래대금이 2006 회계연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수익이 줄어든 것이다.
없는 살림에 증권사마다 인력 다이어트에 나서면서 직원수와 점포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마다 희망퇴직이나 지점 통폐합 등의 조치로 기존 인력도 줄여나가고 있어 신규 채용을 기존처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며 "하반기 공채 규모도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팀별 이탈자가 생겨도 당장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경력직에 대한 수요가 조금 있을 뿐, 신입 직원은 받으면 부담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자산운용사들은 인턴프로그램을 활용한 채용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대졸공채를 걸렀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근 상반기 신입ㆍ경력 채용과 함께 장기인턴 모집에 나섰다. 기존 8주짜리 하계 대학생 인턴 프로그램을 없애고 6개월 장기인턴 제도를 도입해 우수 수료자를 채용하기로 한 것이다. 신입직원은 3개 부문에서 10명 미만으로 선발하는 반면 장기인턴은 5개 부문 8개 부서에서 20명 이상 선발할 계획이다. 별도의 공채 없이 우수 인턴 수료자를 정직원으로 채용해 온 한국투자신탁운용과 삼성자산운용도 올 여름 8주간 하계 인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