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굴지의 금융기관이 보유한 부채담보부증권(CDO) 등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파생상품의 상각처리 규모가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 글로벌 금융시장에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해당 금융기관이 부실자산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자체 흡수하지 못하면 유동성 위기를 초래하고 이에 따라 지난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위기 때처럼 글로벌 시장을 크게 흔들 소지를 안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두차례에 걸친 금리인하로 금융시장의 패닉은 해소됐지만 금융기관들이 부실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신용경색은 풀리지 않고 오히려 더 엉키고 있다. 미국 주요 금융기관의 3ㆍ4분기 실적발표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뉴욕 월가의 증권ㆍ은행들이 엄청난 규모의 추가 상각처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영국계 왕립스코틀랜드은행(RBS)은 7일 월가 은행과 증권사들의 추가 상각처리 규모가 1,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RBS는 신용위기가 완전히 끝났을 때 최종 손실 규모가 2,500억~5,000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추정치는 오는 15일부터 적용되는 미국의 새로운 재무회계기준을 반영한 것으로 시가총액이 1,747억달러(7일 종가 기준)인 씨티은행을 3개 정도 인수할 수 있는 엄청난 액수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4ㆍ4분기 중 60억달러의 추가 상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모건스탠리의 존 맥 최고경영자(CEO)는 대부분의 월가 금융기관이 4ㆍ4분기에 추가로 손실을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손상각처리는 금융기관이 보유자산을 헐값에 매각하거나 채권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회계상 손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일종의 부실자산을 털어내기 위한 절차다. 문제는 추가 상각 추정액이 시간이 갈수록 더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도가 높은 CDO 등 파생상품 인수를 기피하는 데 따른 현상으로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은 금융기관은 출혈 매각도 불사해야 한다. 금융기관의 이 같은 ‘폭탄세일’은 금융경색이 심화되고 있다는 증표로 인식되면서 최근 뉴욕증시의 최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마이클 마이요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2일 투자보고서를 통해 씨티그룹의 추가 상각처리 규모가 4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정작 씨티그룹은 이틀 뒤인 4일 긴급이사회를 소집해 찰스 프린스 회장의 사임을 발표하면서 4ㆍ4분기 추가 상각 규모가 80억~110억달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마저도 137억달러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추가 상각처리로 앞으로 예상되는 손실에 대비한 실탄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도 논란거리다. 손실처리로 적자가 불어나면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CNN머니는 이날 대규모 손실처리가 예상되는 씨티그룹이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해 시장의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켰다. 씨티그룹은 80년대 말 유동성 위기를 알 왈리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간신히 수습한 전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