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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경기도 안산 단원중학교 정문 앞. 수업을 마친 한 무리의 중학생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나오고 있었다. 친구들과 웃고 장난치는 모습이 여느 학생들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단원고 정문 앞에 이르자 이내 표정들이 어두워졌다. “여기 지날 때면 자꾸 눈물이 나. 빨리 가자.” 학생들이 그렇게 걸음을 재촉해 저 멀리 사라졌다.
지난달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한 달. 하지만 안산과 단원중·고는 여전히 깊은 고통과 침통함 속에 갇혀 있었다.
단원고 입구와 운동장은 텅 빈 침묵의 공간이었다. 학생과 선생님 등 관계자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일반인 출입이 통제됐으니 그럴 밖에…. 노란 옷을 입은 자원봉사자만이 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일반인이다. “나도 아이가 있는데 우리 아이가 그런 일을 당했다면 가슴이 너무 찢어질 것 같다.” 자원봉사자의 한마디에서 안산이 느끼는 슬픔의 깊이를 가늠해 볼 뿐이다.
학교 앞에는 세월호 침몰로 희생되거나 실종된 아이들이 좋아했던 탄산음료, 과자, 초콜릿 등이 가득 놓여 있다. 평소 같으면 어른들이 먹지 못하게 말렸을 터지만 지금은 그럴 이도 없는데 먹지도 손대지도 않는다. 당장이라도 뛰어와 떠들며 먹을 것 같은데 이들은 아직도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 옆에는 선생님에게 달아주려던 꽃이 주인을 잃은 채 탁자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단언고 학생에게 말을 걸기도 어렵다. 경찰이 두 명 씩 짝을 지어 단원고 앞을 지키고 있기 때문. 학생들에게 말이라도 걸라치면 어느새 경찰들이 둘러싸 경호를 하듯 데려간다. 전경들 역시 학생들에게 혹시라도 생길 불상사를 막기 위해 지켜 보고 있었다.
침묵에 빠진 것은 단언고 만이 아니었다. 안산시 전체가 마치 말을 잃은 듯이 보였다.
하루 뒤가 스승의 날이라고는 하지만 세월호 참사는 이조차 앗아갔다. 단원고 주변에서 10년째 꽃가게를 하고 있다는 한 주인 내외는 ”시 전체가 아직도 침울한 분위기”라며 “스승의 날 장사는 망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되돌아 오는 길. 단원고 앞에 놓인 콜라병에 붙은 쪽지의 문구가 자꾸 눈에 밟혔다. ‘애들아. 공무원, 정치하는 사람들~ 모두 용서하지 말아라. 부끄럽다. 어른으로…’
/연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