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편제는 배우기도 듣기도 어려운 판소리의 감흥을 어떻게 하면 관객에게 빠르게 전달하느냐 하는 고민에서 시작된 영화였지요. 반면 천년학은 판소리의 감흥과 가사에 담긴 이야기들이 우리네 삶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 지에 대한 영화입니다. 자신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촬영을 마치고 4월 초 개봉을 앞둔 임권택 감독을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영화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천년학은 이청준 원작의 소설 '선학동 나그네'를 원작으로 한 판소리 영화. 13년 전 국내 최초로 서울 관객 100만 명을 동원했던 영화 '서편제'의 맥을 잊는 작품이다. '서편제'에서 눈이 멀었던 송화와 그의 의붓 남매 동호의 사랑을 그린 이 영화는 전작에서 송화로 출연했던 오정해가 다시 출연하고, 연기파 배우 조재현이 동호를 연기한다. 그는 "매번 영화 할 때마다 어떻게 하면 영화적으로 거듭날 수 있을 지 고민한다"면서 "이번에는 특히 서편제와는 달라야 한다는 생각에 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이번 영화는 당초 제작 추진과정에서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아 촬영이 불투명해지는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다행히 많은 영화인들의 관심으로 투자자를 찾을 수 있었고, 배우들도 흔쾌히 적은 출연료로 출연을 해주면서 영화 촬영이 가능해졌다. 임권택 감독은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든 영화를 완성시키려고 했는데, 다 만들어 놓고 나니 홀가분하다"면서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내가 참 운이 좋은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환하게 웃었다. 5월 있을 칸 영화제 출품을 추진중인 이 영화는 "해외 관객들보다 국내 관객들에게 먼저 영화를 선보이고 싶다"는 감독의 뜻에 따라 당초 5월 예정이던 개봉일정을 앞당겼다. 덕분에 천년학은 3,4월 한국영화의 불황을 타개할 선두주자로 단번에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서편제 때도 그저 판소리에 담긴 정서를 영상화 해보자라는 마음만으로 영화를 만들었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다"면서 "정말 영화 흥행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을 비우고 기다리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13년 전엔 많은 젊은이들이 내 영화에 공감해 줬는데 새로운 세대의 젊은이들은 또 어떨지 많이 궁금합니다"라며 새로운 세대와의 만남에 대한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