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업이 국내 기업을 인수합병(M&A)하면서 국가의 핵심기술 유출이 우려될 경우 사전신고와 승인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제한기준과 절차를 만들어 기술유출이 우려되는 M&A를 중지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토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산업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각국의 움직임을 분석한 후 한국도 관련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은 '산업기술유출방지 관련법의 국내외 동향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4일 발간했다.
보고서는 중국 상하이자동차의 쌍용자동차 인수에 대해 산업스파이에 의한 산업기술유출 외에도 기업의 M&A와 같은 합법적인 방법으로 국가핵심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꼽았다.
또 미국은 지난 1996년 경제스파이법(EEA)을 제정하고 2007년에는 외국인투자 및 국가안보법(FINSA)을 시행해 산업기술의 유출을 막고 있고 독일은 부정경쟁방지법(UWG)을 도입해 산업스파이를 처벌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현재 국회에 '산업기술유출방지법 개정안'이 심사 중에 있지만 국가안보상의 목적이 아니라 국민경제의 필요에 따라 기술유출을 방지할 수 있도록 했다. 때문에 민간이 자체적 개발한 기술까지 수출을 막거나 외국인 투자를 제한할 수 있어 국제협약에 위배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보고서는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키지 않는 범위 안에서 국가안보와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M&A 제한 절차와 기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가령 국가핵심기술 유출이 염려되는 해외기업과의 M&A는 사전신고와 승인을 의무화하는 등 관련법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