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식품업계 가격 인상 '진화하는 꼼수'


동계올림픽이라는 상반기 최대 이벤트를 앞두고 지난주 롯데칠성음료·농심·삼립식품·크라운제과에 이어 지난 10일에는 롯데리아가 줄줄이 가격을 올렸다. 앞서 지난해 말에는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4일 코카콜라가, 크리스마스 다음날에는 오리온이, 새해 직전인 30일에는 파리바게뜨가 각각 가격인상을 알렸다.

이처럼 식품·외식 기업들의 가격인상 과정을 보면 세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우선 인상 발표시기가 바로 스포츠 이벤트와 연말·연초 등으로 소비자들의 시선이 다른 곳에 집중된 틈을 타 기습적으로 가격인상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이미 주요 일간지의 토요일자에 해당 면이 없는 점을 이용해 금요일 오후에 가격인상 보도자료를 내는 것은 고전적인 수법으로 자리를 잡았다. 롯데제과는 금요일인 지난해 10월4일에 가격인상을 발표했고 크라운·해태제과는 지난해 12월13일과 이달 7일 각각 금요일 오후 인상을 선언했다. 더욱이 기업들이 통상 보도자료를 발송하는 시간인 오전과 달리 오후에 인상 소식을 알림으로써 신문사의 기사 마감이 임박해 충분히 취재하기 어렵다는 점을 노린 꼼수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둘째는 일반적으로 유통업체와의 협의과정을 거친 후 가격인상을 발표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일단 가격인상을 발표한 다음 유통기업과 협의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달라진 점이다. 이달 5일 가격인상을 발표한 롯데칠성음료는 업소용 제품가격을 먼저 인상한 다음 대형마트·편의점 등 유통기업들과 협의에 나섰다. 농심 역시 6일 가격인상을 미리 발표한 후 같은 날 주요 유통기업에 공문을 발송해 협의를 시작했다. 이에 대해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과거 가격인상 협의과정에서 내용이 언론에 미리 알려지면서 비판이 제기된 사례를 의식해 식품기업들이 가격인상 방식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가격인상 보도자료에 '가격인상을 억제하고자 했으나 부득이하게 일부 품목에 한해 가격을 올리게 됐다'는 식의 문구가 삽입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 일부 품목이 알고 보면 해당 기업의 대표제품인 경우가 대부분임을 감안하면 과연 '부득이하게'라는 문구가 적합한지 의문이다.

실적악화에 시달리는 식품·외식 기업들은 '가격인상만큼 확실한 실적개선 방안이 없는데다 소비자들에게는 제품 선택권이 있다'는 속내지만 너도나도 가격인상에 나서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권은 유명무실해지고 물가인상에 따른 소비자들의 부담이 갈수록 커질 것은 분명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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