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물량 내년에도 만기>발행… 기업 자금압박 커질듯

만기 물량 38.7조지만 총 발행량은 35조 수준
순상환 지속돼 시장 위축
차환발행 성공하더라도 조달금리는 더 높아져
이자비용 부담 증가 예상


회사채 시장이 냉각되면서 내년 발행물량이 올해에 이어 만기도래 물량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유동성이 필요한 신용등급 'A'급 기업들을 중심으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져 자금조달에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1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내년에도 회사채 발행 시장이 순상환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김민정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물량은 총 38조7,000억원 수준이지만 총 발행량은 35조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여 올해에 이어 순상환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물량은 올해 만기 물량 41조원에 비해 약 17% 줄어든 규모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차환이 이뤄지지 못할 정도로 발행 시장이 악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회사채 발행 물량은 지난 2011년 고점을 찍은 후 매년 감소해 올해는 순상환으로 돌아섰다. 상반기에는 기준금리 인하 이후 회사채 발행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4조9,300억원의 회사채가 순발행됐지만 하반기 들어 시장이 경색되면서 지난달까지 1조6,000억원이 순상환됐다. 최근에는 회사채 발행 위축 현상이 신용등급 상위등급으로까지 확산되는 상황이어서 이렇다 할 변동이 없다면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황수호 대신증권 심사분석부 연구원은 "내년에도 기업실적이 전반적으로 반등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구조조정 이슈도 여전하고 신용등급 하락 기조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회사채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선별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내년에는 신용등급 'A'급 기업을 중심으로 회사채 차환 리스크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A급 회사채는 총 7조원 규모로 1·4분기에만 약 2조6,236억원이 몰려있다. 이 중 36%가량이 건설사의 회사채이고 에너지·화학 기업의 회사채도 24%에 달한다. GS건설과 대우건설이 각각 3,200억원, 2,500억원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으며 효성과 한화케미칼도 나란히 회사채 1,500억원이 이 기간 동안 만기된다. 기업들이 회사채 차환 발행에 성공한다 해도 경색된 시장 상황에서 조달금리가 높아져 이자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대호 KB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A급 회사채가 외면당하면서 자금조달에 실패했던 신용등급 'A+' 이하 기업들이 지난해와 올해 계속해서 기존 회사채를 보유 현금으로 상환했지만 내년까지 버티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어쩔 수 없이 회사채를 발행하더라도 기관투자가들의 투자가 감소하고 있어 기업들로서는 자금압박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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