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미리 들여다본 2035년 한국은

■ 대한민국 미래보고서 (국제미래학회 지음, 교보문고 펴냄)
각계 전문가 46명 참여… 20년간 미래변화 예측
"바이오·IT 등 '엔빅' 발달 통해 융합·초연결사회로 변모할 것"
통일 대비 국토전략 제안도

[대한민국 미래보고서] ICT 농장
한국의 미래는 초연결과 융합을 화두로 발전해나갈 전망이다. 농업과 ICT가 연결된 '창조마을'이 전국에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농장을 관리하고 제품을 판매하는 세종시의 한 농가.
[대한민국 미래보고서] 문화창조융합센터
문화창조융합벨트 가운데 하나인 서울 상암동 문화창조융합센터에서 3D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


지난 2012년 1월 코닥이 파산을 신청했다. 1880년 설립돼 필름과 카메라의 대명사였고 한때 전세계 150개국에서 사업하던 그 회사가 파산한 것이다. 과거 성공을 구가하던 아날로그 시장에 연연하면서 2000년 이후 급속히 변화한 디지털 시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 이유였다.

코닥의 사례는 일부분에 불과하다. 미래를 준비하지 않거나 미래예측을 잘못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밀려나게 된다. 국가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산업화와 정보화, 변화하는 미래에 대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반론이 있을 수가 없다. 세상이 움직이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기술의 발달은 마이크로칩의 밀도가 18개월마다 2배로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을 이미 넘어서고 있다.

국제미래학회 소속 전문가 46명이 내다본 미래예측서 '대한민국 미래보고서'가 주목하는 것은 이런 내용이다. 책은 앞으로 20년 후인 2035년까지 벌어질 대한민국의 미래변화를 거의 전분야에서 예측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20년은 두 번 변할 시기다.


책이 주장하는 미래를 움직이는 동력은 기술의 발전이다. 책은 미래의 가장 큰 특징으로 '초연결'과 '융합'을 든다. 나노(Nano)·바이오(Bio)·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 인지과학(Cognitive) 등 이른바 '엔빅(NBIC)'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서로 융합된다. 이어 인공지능이 작동하는 컴퓨터와 로봇이 등장하고 이러한 인공지능이 모든 사람과 사물에 접목되면서 사회가 초연결사회로 변모한다는 것이다.

내용은 이렇다. 2035년 모든 사람들의 생활 속에 사물인터넷이 자리잡게 된다. 스마트폰으로 냉난방 등 집안관리는 기본이다. 반려동물을 24시간 돌보며 심지어 자율주행자동차를 부르고 주차장으로 돌려보낸다. 몸속에 심어진 칩이나 웨이러블 컴퓨터가 내 건강을 체크해 병원의 슈퍼컴퓨터에 보낸다. 모든 사물이 연결되는 사회, 즉 초연결사회가 등장한다. 기술의 발전은 산업간 융합을 더욱 촉진하게 된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은 모바일 혁명을 일으키고 다양한 기술과 제품, 서비스, 산업, 학문, 콘텐츠 간의 창의적 조합을 완성한다. 융합산업은 신시장을 창출하고 경제발전과 고용증대를 이뤄낸다.

책은 전체 7장으로 구성돼 있다. 기본적으로 미래는 과학기술 발달로부터 시작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회의 큰 틀의 변화도 간과하지 않는다. 인구, 기후, 직업, 교육, 산업구조의 변화도 무게감 있게 싣고 있다. 산업과 융합하는 예술, 저널리즘, 전통문화, 한류의 나아갈 길도 밝히고 있다.

통일이후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국토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충고도 새롭다. 유라시아대륙을 시야에 넣고 북한의 신의주와 청진, 남한의 부산과 목포에 이르는 X자 모양의 청사진을 짜야 한다는 제언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국제미래학회는 미래 변화를 예측하고 대책 연구를 위해 2007년 설립됐다. 현재 미래학자 제롬 글렌과 이남식 계원예술대 총장이 공동회장을 맡고 국내외 학자와 전문가 1,0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글로벌 미래예측을 담은 연구결과물을 여럿 내놓았고 '대한민국 미래보고서'는 그 결정판이다. 책의 구성에는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장,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 등 전문가 46명이 참여했다. 1만8,000원.

/최수문기자 chsm@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