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판매왕' 숨은 영업비법은?
성실성과 풍부한 상품 지식●국민銀 김교란 VIP팀장-고객 신뢰관계 구축 중요…철저한 사후관리 최우선●신한銀 박정선 과장-대출·예금서 '방카' 까지 모든 상품 원스톱 서비스●하나銀 김현숙 지점장-단기목표 정해 수시체크 직원들에겐 충분히 보상●우리銀 이진우 부지점장-적립식펀드 투자 매력등 고객들에 끈질기게 설득
조영훈기자 dubbcho@sed.co.kr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국민은행 압구정지점의 김교란 VIP팀장(43)은 잠재고객을 대상으로 하루에 20통씩 전화상담(텔레마케팅)을 하고, 20여명의 고객과 상담하는 것을 일과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김팀장은 이런 노력 덕분에 지난해 한해동안 투신상품 190억원을 비롯해 수신 380억원, 방카슈랑스 30억원, 여신 40억원 등 모두 500억원이 넘는 판매실적을 올렸다. 이정도의 실적이면 가히 베테랑 뱅커로 뽑힐만하다. 그녀는 이 공적이 인정받아 지난해 10월 국민은행이 분기별로 시상하는 국은인상(영업추진부문)을 수상했다.
입행 23년만에 스타 여행원으로 부상한 김 과장은 철저한 사후관리를 자신의 영업비밀이라고 소개했다. 김 과장은 “고객과의 관계에서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상품을 판매할 때 고객별로 니즈에 맞는 상품을 선별해 권유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녀는 “투신상품의 경우 사후 관리에 중점을 둔 것이 효과를 발휘했다”면서 “고객들이 원하는 기대수익률을 전산에 등록해 기대수익에 맞춰 환매를 유도하거나 재가입을 추천하는 마케팅 방법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은행가에는 ‘전쟁(war)’이라는 용어에 걸맞게 치열한 영업경쟁이 전개됐다. 은행장들이 지휘본부에서 진두지휘한다면 전선의 전투는 각 지점의 세일즈맨들이 뛴다. 전쟁이 치열했던 만큼 전쟁영웅, 즉 영업왕들도 많이 탄생했다. 은행들은 또다른 한해를 맞으며 지난해 격전의 현장에서 무공을 세운 은행인들에게 상을 줬다.
은행대전의 선봉에서 화려한 전과를 올린 판매왕들은 은행 내에서 수만명의 경쟁에서 최고수의 반열에 오른 만큼 남다른 영업비법을 갖고 있다. 이들은 특유의 ‘성실성’에다 ‘상품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치밀하게 갖추고, 이를 바탕으로 경이적인 영업실적을 일궈냈다. 영업하면 남성을 떠올리던 예전과 달리 여성은행원들이 대거 영업왕에 등극한 것도 특이한 점이다.
신한은행의 ‘리테일 왕’은 무역센터지점에 근무하는 박정선(34) 과장. 그녀는 지난해 12월 사내 종합업적평가대회에서 리테일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83년부터 실시되고 있는 평가대회는 ‘신한 문화의 최고봉’으로 불릴 정도로 사내에서는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박 과장의 별명은 ‘OK창구’. 고객과 가장 가까운 접점인 일선 창구에서 대출과 예금은 물론 수익증권, 방카슈랑스까지 원 스톱으로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난 한 해 동안 예금 66건과 대출 75건에 외환 364건, 그리고 수익증권에서는 무려 228건의 신규 실적을 기록했다.
그녀는 영업의 비결에 대해 “특별한 비결 보다는 본사 차원에서 캠페인이나 이벤트 등을 실시할 때마다 최선을 다한 것이 좋은 실적을 올린 것 같다”며 “가급적 손님들에게 이해하기 쉽도록 자세히 설명해드리려고 노력 했다”고 겸손해 했다. 특히 수익증권이나 방카슈랑스 등은 나중에 고객들의 불편이 없도록 완전판매에 힘썼다고 한다.
지난 9일 열린 ‘2005년 경영 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김현숙(42) 하나은행 서청담지점장도 화제의 인물이다. 김 지점장이 이끄는 서청담지점은 지난 해 44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전국에서 1위 영업점으로 등극했다. 김 지점장은 “경영평가 대상을 받게 된 것은 서청담지점이 영업이익은 물론 수신ㆍ여신ㆍ외환ㆍ상품권판매 등 모든 사업부문에서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기 때문”이라며 “이는 지점장을 포함한 12명의 직원들이 각자의 맡은바 업무에 최선을 다했기에 가능했던 것이지, 지점장 혼자 잘한 것은 결코 아니다”며 수상의 영광을 직원들에 돌렸다. 그녀는 “단기적인 목표를 정한 후 수시로 체크하고 단기 목표 달성시에는 그에 응당한 보상을 해주면서 직원들의 사기를 높여 왔다”며 “한 예로 분기별로 영업 상위지점에 내려오는 상금으로 지난 여름 연휴기간 동안 2박3일 일정으로 한 명의 열외도 없이 일본에 여행을 다녀오게 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펀드판매왕을 차지한 이진우(48) 북가좌지점 부지점장은 수익증권 가입을 꺼려하는 고객들에게 지속적으로 수익증권의 투자매력을 설명해 280억원의 판매를 이끌어냈다. 그는 “지난 2002년 처음 판매했던 해외펀드 수익률이 호조를 보임에 따라 이들 고객을 적립식펀드로 가입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면서 “투자위험을 꺼리는 중장년층 고객을 끈질기게 설득해 수익을 내주다보니 자연스럽게 손님이 손님을 소개해주는 경우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의 펀드 가입시점까지 세심하게 고민하고 기대수익률에 맞춘 기록을 별도로 관리한 것이 호응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입력시간 : 2006/01/13 1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