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규제완화] 금융권 움직임

우리·기업·산업銀등 민영화 탄력
동부·메리츠화재등 보험지주사 전환 속도 낼듯
순환출자 해소 자금부담 삼성생명은 시간 필요


정부의 금산분리 규제 완화조치로 연기금, 사모펀드는 물론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가 대폭 확대됨에 따라 은행권의 인수합병(M&A) 구도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보험ㆍ증권 등 비은행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도 완화함에 따라 삼성ㆍ한화 등 여러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들이 업종 간 시너지 극대화 차원에서 지주사 전환 검토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ㆍ산업은행 등의 민영화 탄력 받을 듯=우선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우리은행과 산업은행ㆍ기업은행의 매각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우리은행을 포함한 우리금융지주는 덩치가 10조원에 달하는 반면 외환은행에 이어 외국 자본에 또다시 경영권을 내줄 수 없다는 분위기가 대두되면서 8년째 매각 작업이 지연돼왔다. 국민은행은 최근 KB지주로의 전환 등으로 외환은행은 물론 우리금융지주의 인수도 버거운 상황이다. 하지만 연기금ㆍ사모펀드는 물론 산업자본까지 은행 지분 인수가 확대되면 국민은행 등 은행권과 연기금, 산업자본의 컨소시엄 구성 등을 통한 인수 여력 확대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가능해진다. 삼성그룹은 은행업 진출을 포기한다고 언급한 바 있지만 롯데ㆍ현대ㆍ현대차그룹ㆍ한화 등은 여론의 추이를 살펴가며 기업 간 컨소시엄은 물론 연기금ㆍ사모펀드 구성을 통해 은행업 진출을 검토할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국민연금은 250조원의 자산을 가지고 있고 사모펀드는 이번 완화조치로 산업자본이 30%를 넘지 않으면 은행 인수에 제약이 없어진다. 이에 따라 부산은행의 경우 지분 14%를 보유한 롯데그룹이 사모펀드 등을 통해 지분을 추가매입할 수 있고 우리금융 자회사인 광주은행과 경남은행이 민영화 과정에서 매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 금융지주사 전환 가속화할 듯=보험지주사의 제조 자회사 허용 등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 완화로 순환출자고리가 약한 동부화재ㆍ메리츠화재 등의 지주사 전환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치로 순수 지주회사를 설립하면 보험지주회사로의 전환이 가능해졌다. 메리츠화재는 메리츠증권과 메리츠종금의 지분을 각각 27.0%, 5.5% 보유하고 있어 자금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지주사 전환이 가능하다. 동부화재도 장기적으로 보험지주회사로의 전환을 검토 중이다. 이 밖에 대한생명을 비롯해 흥국생명ㆍ현대해상ㆍLIG손해보험 등도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지주사 전환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경우 보험지주회사 전환에 앞서 해결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 순수 보험지주회사를 설립하려면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7.2%를 매각해야 하는데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데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 등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로 이뤄져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 부담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의 한 관계자는 “규제 완화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조치”라며 “하지만 보험지주회사체제로 가기 위해서는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지주사 전환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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