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사장 조남성·사진)의 마그나 슈타이어 배터리 팩 사업 부문(MSBS) 인수는 셀과 모듈, 배터리 팩으로 이어지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시스템에서 일관 사업체제를 완성하게 됐음을 의미한다. 전기차를 생산하는 완성차 업체들이 셀이나 모듈만을 공급받던 방식에서 점차 팩까지 외주화하려는 추세와 맞물려 삼성SDI는 이번 MSBS 인수를 계기로 다양한 사업기회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용 배터리는 제품 공급 형태에 따라 셀·모듈·팩으로 구성된다. 기본 배터리가 셀이고 10여개의 배터리 셀을 프레임에 넣은 것이 모듈이다. 모듈 여러 개를 모아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냉각장치 등을 추가한 것이 배터리 팩이다. 스마트폰과 전동공구 등에 들어가는 소형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삼성SDI는 셀과 모듈 부문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BMW·크라이슬러·마힌드라 등 완성차 메이커에 셀·모듈을 공급해왔다.
이러한 셀·모듈이 궁극적으로 전기차에 장착되려면 팩 형태로 합쳐져야 하기 때문에 배터리 팩의 부가가치가 셀이나 모듈보다 높은 만큼 삼성SDI의 배터리 팩 사업 진출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부품의 외주화 비중을 높이고 있고 자체 팩 개발 역량을 보유한 대형 완성차 업체와 달리 후발주자들은 MSBS 등으로부터 팩을 공급받아야만 하는 상황이어서 배터리 제조사들의 팩 사업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LG는 LG화학이 만든 셀과 모듈을 LG전자가 배터리 팩으로 완성하는 그룹 내 일관 체제를 갖추고 있다.
특히 삼성SDI는 이번 인수로 그동안 MSBS가 수주해둔 수억달러 규모의 물량을 함께 확보했으며 인수 후 시너지를 극대화해 앞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유럽과 북미·중국 시장에서 수주 경쟁력을 크게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완성차 업계의 다양한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