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로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자 올 들어 급증세를 탔던 주가연계증권(ELS)의 발행량이 큰 폭의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단기 자금이 ELS 시장으로 몰리면서 1년 미만 상품 비중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금융투자협회와 교보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ELS가 3조9,439억원어치 발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5월 발행규모(4조9,964억원)와 비교하면 1조원 넘게 줄어든 수치며 올 들어 월평균 발행액(4조9,000억원)에도 크게 못미치는 것이다. 발행건수 역시 지난달 1,522건으로 5월에 비해 279건 줄었다.
주목할 점은 원금보장형 ELS와 만기 1년 이하의 단기상품 투자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달 원금보장형은 1조5,967억원 발행되며 전체 ELS발행의 40.48%를 차지했다. 지난 4월(35.30%)과 5월(31.54%)에 비해 5%포인트 넘게 늘어난 것이다. 또 그 동안 15~20% 수준에 그쳤던 만기 1년 이하의 단기ELS 발행 비중도 지난달 두 배 가량 증가한 37.6%까지 늘어났다. 증시 전반에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이로 인해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장기투자 보다는 단기 임시 투자처로 ELS를 활용하려는 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지혜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 5월 중순 이후 외국인의 매도세가 커지면서 코스피지수가 하락했다”며 “시장의 바닥을 확인한 뒤 ELS를 투자하겠다는 심리가 커져 발행액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ELS의 조기상환 효과가 사라지면서 투자열기도 한 풀 꺾였다. 지난 2~3월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 중반까지 오르며 종목형 ELS의 조기상환이 줄을 이었고 재투자가 확산됐지만 지난 5월 이후 코스피지수가 1,800포인트 안팎에 머무르면서 대다수 ELS의 조기상환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이정환 대우증권 파생상품영업부장은 “ELS는 기존에 투자한 자금들이 만기 혹은 조기 상환되며 재투자하는 경향이 짙다”며 “지난 2~3월에는 조기상환된 자금들이 상당히 많아 발행량이 크게 늘었는데 지난달 증시가 안 좋아지며 조기상환이 어려워져 발행량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ELS 시장이 당분간 활황을 보이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LS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변동성이 유지돼야 하는 데 지지부진한 증시 흐름으로는 그 효과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증시 변동성이 줄어든 데다 코스피 지수의 상승을 확신할 수 없어 ELS에 대한 투자심리는 당분간 가라앉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코스피지수가 오르지 않으면 매월 3조원 안팎으로 발행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정환 부장 역시 “ELS 투자심리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벗어나며 상승세를 타야 한다”며 “지수의 상승 여부를 속단하기 힘든 만큼 ELS발행이 2~4월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