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상하이 FTZ의 떴다방


한때 아파트 청약 붐이 불 때 모델하우스 근처마다 흔하게 보이던 게 이동식중개업소인 '떴다방'이다. 위장전입에 딱지라고 불리던 분양권 전매까지 떴다방은 부동산 투기의 상징으로 불렸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중국 개혁의 시험구로 내세우며 야심 차게 밀어붙인 상하이자유무역지대(FTZ)에도 떴다방이 등장했다. 상하이의 떴다방은 아파트 딱지대신 사업자등록증을 사들인다. 물론 공장이나 회사를 세우고 사업을 할 생각도 없다. 사업자등록을 한 개인에게 일정비용(1만 위안)을 주고 문패비용이라고 부르는 연간 2만위안의 사업자등록비를 내고 기다린다. 상하이 FTZ에 기업들이 몰려 당국이 사업자등록을 제한할 경우 서비스업, 무역상에게 비싸게 넘기면 된다. 상하이FTZ에 대한 기대감이 상하이시 전체의 4.5%에 불과한 상하이FTZ 지역의 희소성을 높이고 있는 셈이다.

외신들이 여전히 성공가능성에 고개를 갸웃하는데도 사업자등록증 떳다방까지 생길 정도로 상하이FTZ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바로 중국 개혁개방 30년의 역사와 경험이 상하이FTZ에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1979년 개방노선을 취한 후 10년 단위로 변했다. 1980년대 초 선전ㆍ주하이ㆍ산터우ㆍ샤먼을 개혁개방의 전초기지로 삼은 데 이어 1990년대에는 상하이 푸동을 개발하며 시장경제를 도입했다. 2001년에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했다. 10년의 시간이 다시 흘러 중국은 다시 상하이를 선택했다. 상하이FTZ의 정식 이름을 보면 중국의 목적이 보인다. 중국(상하이)자유무역시험구. 상하이에 국한되는 시험이 아닌 중국 전체의 시험구로 상하이를 선택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치밀하고 꼼꼼하기로 소문난 상하이 상인의 피를 이어받은 아줌마들이 상하이FTZ에 군침을 흘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하이FTZ 개혁의 시험구는 우선 폐쇄적이고 낙후된 금융시스템의 개혁방안을 시험구에 먼저 적용할 예정이다. 위안화의 자유화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당장 위안화 사용의 확대 등의 조치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개혁은 외국자본의 서비스업 진출의 문턱을 낮추는 조치다. 중국 내 업체들의 경쟁력이 약해 개방되지 않았던 물류ㆍ통신ㆍ의료ㆍ교육 등의 문이 열린다. 제조업 개방 때와 마찬가지로 합작이란 방법을 통해 외국의 선진 서비스산업을 받아들여 서비스 분야의 경쟁력을 키우는 동시에 리코노믹스의 핵심인 내수산업의 육성의 틀을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욕심이 가는 건 금융산업이다. IMF와 글로벌금융위기를 겪으며 쌓은 금융노하우를 바탕으로 승산이 없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중국 시장을 노리는 글로벌 투자은행들과 우리 은행, 증권이 싸워 이길 수 있을지는 냉정하게 판단할 부문이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변수가 많은 금융보다는 의료와 교육 서비스 분야가 오히려 상하이FTZ의 핵심 분야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중국은 의료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해 민간자본의 의료산업 진입을 개방하고 영리병원에 대한 규제도 풀 계획이다. 더 이상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의료관광에 의존하기보다는 중국의료서비스산업에 진출하는 배짱이 필요하다. 성형ㆍ피부ㆍ치과 등의 속칭 돈 되는 병원보다는 이젠 한 단계 높은, 고도의 의료기술이 필요한 서비스를 해줄 수 있는 토털 서비스 개념의 중국 진출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교육서비스산업은 사교육 열풍에 단련돼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경쟁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

10년 전 의료관광의 벤치마킹 모델이었던 싱가포르 레플즈 병원을 찾았을 때 병원 기획실장의 책상 위에는 중국 의료시스템에 대한 보고서가 놓여 있었다. 상하이에 이미 병원을 갖춘 레플즈도 지금 상하이FTZ에 노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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