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또 다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아야 할 처지에 내몰렸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 영국이 재정 악화로 인해 1976년 무릎을 꿇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다시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이 다시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게 되면 작년 가을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서유럽 국가로는 처음이다. 영국에 대한 불안감은 커지는 재정적자와 금융부실, 그리고 점점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파운드화에 따른 타격 때문이다.
올해 영국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1%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76년에는 이 수치가 5%였다. GDP에서 경상수지 적자의 비중도 올해 2.3%로 33년전의 1.6%보다 높고 실업률도 현재 6.5%로 당시의 5.1%보다 높은 실정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영국이 정부 지출을 크게 줄이고 세금을 올리지 않는다면 정부의 부채가 현재의 GDP 대비 40%에서 향후 몇 년 안에 80%로 높아질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직까지 영국은 헝가리나 라트비아 같은 동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비교적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지난달 영국 정부의 국채 경매가 유찰돼 한 때 긴장되기도 했지만 이후 국채매각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IMF의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냈던 사이먼 존슨은 "영국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1976년에 그랬던 것처럼 영국 정부의 상환 능력에 대한 신뢰를 잃고 파운드화를 내다팔기 시작하면 상황은 바뀔 수 있다"면서 "상황이 악화되면 IMF에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최선책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영국은 1970년대 공공부문의 비대화에 따른 부채와 파업사태 등으로 고전하다 1973년 오일쇼크 이후 스태그플레이션과 파운드화 폭락 등이 이어지면서 1976년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