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사자성어 昏庸無道

대학교수 설문… 60%가 선택
'사시이비' '갈택이어' 2·3위

'세상이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는 뜻의 '혼용무도(昏庸無道)'가 대학교수들이 고른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혔다.

교수신문은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전국 대학교수 88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524명(59.2%)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혼용무도'를 선택했다고 20일 밝혔다. '혼용무도'는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을 함께 이르는 '혼용'과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음을 묘사한 '논어'의 '천하무도(天下無道)' 속 '무도'를 합친 표현이다.

'혼용무도'를 추천한 이승환 고려대 교수(철학)는 "올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온 나라의 민심이 흉흉했지만 정부는 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무능함을 보여줬다"면서 "청와대가 여당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압력을 넣어 삼권분립과 의회주의 원칙이 크게 훼손됐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국력 낭비도 초래됐다"고 설명했다. 혼용무도 외에 추천된 다른 사자성어들 역시 모두 올해 한국 사회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되돌아보는 성어들이었다. '겉은 옳은 것 같으나 속은 다르다'는 뜻의 '사시이비(似是而非)'가 14.6%의 지지를 얻어 2위에 올랐다. 공정·객관 등으로 묘사되는 정부의 각종 정책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현실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3위에 오른 '갈택이어(竭澤而漁)'는 못의 물을 모두 퍼내 물고기를 잡는다는 뜻으로 목전의 이익에만 관심을 두는 세태를 꼬집었다. 이어 위여누란(危如累卵·달걀을 쌓은 것 같이 위태로운 형태)이 6.5%, 각주구검(刻舟求劍·판단력이 둔해 융통성이 없고 세상일에 어둡고 어리석다)이 6.4%의 지지를 얻었다. /강동효기자 kdhy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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