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딜리아니 작품 산 '중국 큰손' 한국미술에 꽂히다

택시기사 출신 중국 부호 류이첸과 왕웨이 부부
세계경매 2위 가격 1970억원에 모딜리아니 누드 낙찰
상하이에 2개 미술관 운영하며 소장품 전시
한국작가 김환기,백남준,박서보 등 관심 많아

왕웨이2

"한국의 현대미술도 매력적입니다. 김환기는 작품을 먼저 알게 돼 그 오묘한 매력에 빠져 낙찰까지 받았고, 이후 작가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한국의 단색화라 불리는 모노크롬 회화도 참 좋아하는 색조라 관심 두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요절한 화가 아마데오 모딜리아니의 '누워있는 나부'를 세계 미술품 경매사상 역대 2번째 높은 가격인 1억7,040만달러(약 1,972억원)에 낙찰받은 주인공은 택시기사 출신으로 자산 1조7,000억원 규모의 거부가 된 '중국의 워런 버핏' 류이첸 선라인그룹 회장과 그의 아내 왕웨이(52·사진) 롱미술관 관장이다. 19일 상하이 푸서지역에 위치한 롱미술관 접견실에서 만난 왕 관장은 최근 눈여겨 보고 있는 한국미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왕 관장이 남편 류 회장과 미술품 수집을 시작한 것은 26년전 부터다. "번 돈을 부동산이나 고급 차를 산다든지 다른 식으로 투자할 수도 있었지만 늘 좋아하고 동경해 온 미술품 소장하는 데 쓰기로 했습니다. 남편은 고미술에, 나는 1911년 신해혁명 이후 근대작품부터 1960~1970년대 문화대혁명 전후의 작품을 애호해 왔고 이를 중심으로 작품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이들 부부는 일약 중국 미술계의 '큰손'이 됐고 컬렉션은 고미술과 근대를 넘어 젊은 중국작가들로 확장됐다. 왕 관장은 "그러다 2005년을 전후로 일본의 아트페어를 둘러보며 일본 현대미술에, 2011년 서울을 방문해 미술관과 갤러리를 보며 한국현대미술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특히 삼성미술관 리움을 방문했을 때 사립미술관이 어떻게 전문성을 갖고 컬렉션을 전시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고 밝혔다.

자극받은 왕 관장 부부는 이듬해인 2012년 상하이 푸동지역에 미술관을 열어 신해혁명과 문화대혁명기의 작품들을 중점적으로 전시한 데 이어 지난해 푸서관을 개관해 본격적으로 아시아현대미술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 열리고 있는 소장품전에서는 지난 5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추정가의 5배 수준인 1,384만 홍콩달러(약 19억8,000만원)에 낙찰된 김환기의 '푸른 산'과 지난해 11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412만 홍콩달러(약 6억원)에 낙찰된 백남준의 비디오설치작품 '마샬 맥루한' 등을 볼 수 있다. 박서보·이우환·배병우·박선기·김창영 등 한국작가가 곳곳에서 눈에 띈다. 미술관 내 화장실에는 이날 상하이 모간산루 미술특구 내 학고재에서 개인전을 연 작가 신미경과 협업해 비누 조각으로 만든 불상을 관람객이 직접 사용하게끔 유도하는 '화장실 프로젝트'도 진행중이다.

왕 관장은 "김환기와 백남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고 박서보와 단색화 작가들도 알고 있다"면서 "중국 현대미술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가격 면에서 출렁이기도 했는데, 한국미술이 최근 아시아와 세계시장에서 이목을 끌고 있는 것은 '이제야 올 것이 왔다'고 봐도 될 것"이라며 "사견이지만 가격이 안정적이라 향후 최고 2년은 더 오를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이첸과 왕 관장 부부는 지난해 500여년 된 중국 명나라시대 잔을 3,600만 달러에 낙찰받아 이 잔에 차를 따라 마시는 장면이 공개돼 벼락부자의 과시형 미술품 구입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 시선에도 굴하지 않고 왕 관장은 수집한 작품을 대중과 공유하려 애쓰는 중이다. 그는 "내년에 신해혁명 이후 105년을 아우르는 전시를 비롯해 4월28일에는 충칭의 서남지역에 새 미술관을 열 예정"이라며 "모딜리아니의 작품은 2017년에 개관 5주년 기획전에 선보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글·사진(상하이)=조상인기자 ccs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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