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한 대기업 협력업체 사장인 B씨(63)는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감이 줄어 이달에 직원 월급을 제대로 주지 못한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했다. 지난 16일에는 울산 중구에서 횟집을 운영하던 C씨(61)가 자신의 가게에 직접 불을 질렀다. 장사가 안돼 1년 치 임대료 5,000만원을 못내 이날 가게를 비워야 하는 처지에 몰리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한때 '부자도시'로 불리던 울산에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지역경제를 좌우하는 석유·화학·조선산업이 중국의 추격과 글로벌 경기부진 등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역 협력업체와 자영업자들이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20일 통계청과 울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의 자살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23.8명으로 2년 연속 증가했다. 전국 평균 자살사망률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울산은 되레 오름세다. 지자체별 자살 사망률도 울산은 2012년 15위에서 2년 만에 11위로 치솟았다. 자살 이유는 대부분이 경제난이었다. 울산의 한 대기업 협력업체 사장은 "원청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일을 받아야 하는 협력사로서는 이전보다 낮은 단가로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다"며 "불황이 계속되면서 체력이 약한 하청업체가 먼저 무너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불황의 모습은 기부 행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매년 연말에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사랑의 온도탑' 실적을 보면 울산은 2010(2009년 말 ~ 2010년 초) 127도, 2011년 105도, 2012년 107도, 2013년 112도, 2014년 159도로 전국에서 가장 먼저 100도를 돌파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100.3도로 마감일인 1월31일을 하루 앞두고서야 겨우 100도를 넘겼다. 지역 사회단체 관계자는 "울산은 다른 지역과 달리 기업체의 기부가 70%로 개인 기부를 크게 앞서는 곳"이라며 "올해 기업체의 경영 상황을 감안하면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