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택조합 난립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주택법 개정이 추진되는 가운데 핵심 조항 중 하나인 공신력을 갖춘 회사만 조합원을 모집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사실상 유명무실 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조합원을 모집 중인 지역주택조합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05년부터 올해 6월까지 설립인가를 받은 지역주택조합은 155개 조합, 7만 5,000여가구에 이르고 있는 상황. 결국 이들 기존 지역주택조합의 경우 보호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역주택조합 난립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업무대행자(조합원 모집 등) 역할을 할 수 있는 회사 종류를 '주택·건설사와 정비사업자, 신탁사 등 공신력을 갖춘 업체'로 한정하고, 조합원에게 정보 공개 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지역주택조합 개선안이 담긴 주택법 개정안은 내년부터 실시 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번 개정안 중 핵심인 무자격 업무대행자를 퇴출하기 위한 조항이 현재 사업 추진 중인 조합에는 무용지물이라는 점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특정 자격을 갖춘 회사만 조합원을 모집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법 시행 이후 계약 체결분부터 적용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업무대행자(특정자격) 지위 신설은 기본적으로 새롭게 설정된 규제니 이 법 시행일 이후에 계약 체결분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라며 "다만 기존 업무대행자가 기한 만료나 문제를 일으켜 변경돼야 할 경우 새로운 계약 체결 시엔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대다수 기존 지역주택조합의 경우 전문 업무대행사를 통한 조합원 모집 규정이 사실상 적용되지 않는 셈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무자격 업무대행사가 난립하면서 각종 비리가 횡행하고, 토지 매입도 안 된 상태에서 조합원을 모집해 피해를 입히는 등의 문제가 심각했다"며 "이들이 법 시행 이후에도 계속해서 업무를 대행할 수 있다는 건 정부와 국회가 조합원들의 권익을 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주택법 개정안에는 조합원이 정보공개를 청구할 경우 주민등록 정보 등 일부 정보를 제외한 나머지를 15일 이내에 제공할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조항은 소급적용돼 기존 조합 및 추진위에도 해당된다.
/조권형기자 buzz@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