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백화점에서 문학교양 강좌를 진행하고 있는 평론가 임헌영씨는 지금까지 1,500여명의 수강생을 등단시켰다. /이호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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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년의 인기가수 윤세원씨의 강의를 듣고 노래강사가 된 수강생만 10여명에 이른다. /우현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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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계백화점 실버댄스 강사 김정씨는 수백명이나 되는 수강생의 이름과 얼굴을 모두 외우고 있다. /이호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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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옥경씨의 어린이 음악강좌 유리드믹스는 온라인 접수에 수강생이 몰려 컴퓨터가 다운된 적도 있을 정도다. /신세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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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백화점의 밸리댄스 강사 안유진씨는 내년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밸리댄스대회를 개최한다. /이호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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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훼장식 강사 이화은씨는 미국, 독일, 네덜란드의 플로리스트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맹준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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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문화센터 강사들
■임헌영 현대백화점 문학강좌- 수강생 1,500명 등단 시켜 '유명'
현대백화점이 내세운 문화센터 간판 강사는 ‘문학교양강좌’와 ‘창작’을 강의하고 있는 임헌영씨다.
문학평론가인 임씨는 93년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서 강좌를 시작한 이후 문화센터 수강생 1,500명을 등단 시켰고, 이들은 대부분 수필가로 활동중이다.
임씨는 하루에 두 강좌씩 10개반에서 강의를 진행, 1년에 800명 정도를 가르치고 있는데 이중 대부분은 주부들이다. 이밖에 신분을 숨긴 대학강사, 퇴직자, 대학생, 대학원생, 직장인(홍보실직원) 등 다양한 계층의 수강생들이 그의 강의를 듣고 있다.
임씨는 “이는 현대인의 자기표현 욕구가 강해지고 있음에도 글쓰기 교육이 학교에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며“현대는 자기 표현을 하지 못하면 살아갈 수 없는 사회가 돼버렸다”고 강조했다.
인기 비결을 묻자 임씨는 “수강생들의 수준이 높은 만큼 깊이 있는 강좌를 해도 이해가 빠른데다 사적인 강좌이기 때문에 숨겨진 얘기와 신랄한 비판을 할 수 있어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며“대학강의 보다 훨씬 자유롭고, 제약이 없어 가르치는 나 자신도 강의준비에 최선을 다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우리의 현대사는 굴곡이 심했기 때문에 국민 모두가 대하소설 주인공 자격이 있다”며“일본에서는 80년대부터 자서전 쓰는 붐이 일고 있어 구멍가게 하는 사람도 자기의 치부 등 모든 것을 자식들에 기록으로 남기고 죽는데 가족들에게 그 보다 좋은 명저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세원 LG백화점 '노래교실- 왕년의 명가수 "세상에 음치는 없다"
경기도 구리시 LG백화점에서 ‘윤세원의 노래교실’을 진행하는 윤세원씨는 78년 ‘환상’이라는 곡으로 데뷔, 그 해 각 방송사의 신인상을 휩쓸었다. 한 때 시대를 풍미하던 그녀는 지금은 백화점문화센터에서 날리는 노래강사다.
윤씨의 강좌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지난 98년 백화점문화센터에서 노래교실을 시작한 이후,수강생의 40~50%가 그녀의 강좌를 되풀이 해 수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게나 점포로 치면 단골 고객들인 셈이다.
윤씨는 한 때 1주일에 17개 강좌를 개설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9개만 하고 있다.
윤씨는 “수강생중 일부는 노래교실이 생활의 일부인 분들”이라며 “그래서 나는 한 백화점에서 강의를 시작하면 다른 곳에서 제의가 들어와도 백화점을 바꾸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씨의 제자들중 가수가 된 사람은 없지만 노래강사가 된 사람은 10명이나 된다. 애초부터 강사를 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강좌를 수강하는 사람들도 있다.
윤씨는 “노래를 가르치다 보면 이따금씩 때를 잘못 만나서 아까운 재능을 썩히는 사람도 있다”며 “내가 가르쳤던 수강생 중 몇 명은 ‘주부가요열창’에 출전해서 2승을 거두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음치 탈출을 위해 노래교실에 나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윤씨는 “이 세상에 음치란 없다”며“음치라고 불리는 부류는 두 종류인데 하나는 노래를 부르다 망신이나, 면박을 당해 노래 부르는 것에 공포를 느끼는 사람과 수줍음을 몹시 타는 내성적인 사람 등 두 부류”라고 밝혔다. 물론 개중에는 음감이 떨어지는 사람도 있지만 노래를 많이 하고 들으면 누구나 교정이 된다는 얘기다.
윤씨는 또 “주부들은 남편과 아이들이 밖으로만 겉도는 동안 집을 지키며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다”며 “문화센터는 그런 주부들을 위로해주고, 인정해 주면서 일상에 매몰되지 않도록 추스리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정 신세계백화점 실버댄스- "접수 시작도 하기전에 마감"
신세계백화점에서 50대 이상 주부들을 대상으로 ‘실버건강댄스’를 가르치는 김정씨의 강좌는 접수가 시작도 되기 전에 마감된다.
접수도 시작하기전에 마감된다는 의미는 강의 시작 전 한 달간 진행되는 접수기간에 앞서 일주일 동안 이미 강좌를 듣고 있는 회원들에게 우선적으로 접수기회를 주는데, 이 기간에 인원이 차버린다는 뜻이다.
때문에 접수를 해놓고 안 나오는 수강생들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대기 순번을 할당하기도 한다. 그녀가 한 학기에 가르치는 수강생은 700명. 연간 2,800명의 수강생을 받고 있는 셈 인데 두 강좌 이상 중복해서 듣는 열성파 수강생들을 감안하면 실제 수강인원은 한 학기에 400명 정도다. 수강생은 60대후반에서 70대초반이 대부분이고, 최고령 학생은 87살이다.
김씨는 인기의 비결에 대해 “내 강좌에 수강생들이 몰리는 이유는 내가 그들의 심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강의를 진행하기 때문”이라며“이를테면 걷고 흔드는 쉬운 동작을 중심으로 반복하는 것이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내가 모든 수강생들의 이름을 외우고 있는 것도 인기를 끄는 데 한 몫을 한다”며“수강생의 이름을 불러주면 신뢰와 유대감이 형성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자식이 판ㆍ검사가 되고, 아무리 효도를 한다고 해도 세상 모든 어머니는 외로운 구석이 있게 마련”이라며“세상이 ‘고령화’니, ‘실버세대’니, 입으로만 떠들어댈 뿐 이어서 내가 먼저 그 문제에 손을 댄 것”이라고 말했다.
간판급 강사들
■정옥경 신세계백화점 유리드믹스- 강남 젊은 엄마들 줄서는 음악강좌
정옥경 강사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유리드믹스’ 를 강의하고 있다.
일반에게 비교적 생소한 유리드믹스는 Eu(‘좋다’는 의미의 접두어)+rythmics(리듬)의 합성어로 리듬을 몸으로 표현하거나 두뇌로 인지해 음악적 감각을 발달시키는 교육과정을 말한다.
유리드믹스는 아기가 8개월령이 됐을 때 부터 엄마와 같이 시작하는데, 18개월령 부터는 리듬에 맞는 동작을 음악에 넣어 가르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종이, 점토 등 음악을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도구를 이용, 다른 장르의 예술을 음악에 접목시켜 교육하고 있다.
현재 유리드믹스 교육을 가장 오래 받은 어린이는 5학년으로 이런 아이들은 음감이 발달돼 어떤 음악이 나와도 몸으로 표현할 줄 안다.
정씨가 유리드믹스를 강의하기 시작한 것은 2004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강의를 개설하면서부터. 강의를 개설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입소문이 나더니 신규 회원은 받을 겨를도 없이 재등록으로 접수가 마감됐다.
특히 지난 여름학기에는 한 강좌를 개설할 예정이었는데, 수강생이 몰리며 컴퓨터가 다운되는 소동 끝에 10강좌로 늘리는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안유진 롯데백화점 밸리댄스- "강사급 제자만 2,000명쯤 돼요"
백화점문화센터 강사는 보통 한 백화점에서만 강좌를 연다.
한 백화점이 여러 개의 점포를 거느리고 있어, 한 백화점에만 출강해도 여러 지점을 돌다보면 강좌가 기본적으로 3~4개로 늘어나는데다, 백화점들이 경쟁업체에 강좌를 개설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백화점에서 만난 안유진씨의 밸리댄스 강좌는 다섯 개 백화점에서 강좌를 유치할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안씨의 강좌는 지역적으로 차이는 있지만 보통 접수를 시작하면 1주일 만에 마감된다.
안씨가 문화센터에서 강의를 시작한 것은 4년전. 하지만 전국 40곳에 밸리댄스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어 지금까지 배출해낸 제자는 강사만 2,000여명에 이른다.
한편 지난 2월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세계 밸리댄스 대회에 동양인으로는 처음 출전한 안씨는 내년에는 아시아지역 최초로 밸리댄스대회를 한국서 개최할 예정이다.
안씨는 “밸리댄스는 일반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허리 보다는 사타구니와 괄약근, 고관절을 많이 사용하는 춤”이라며 “때문에 몸치, 박치들도 쉽게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밸리댄스는 한 평 정도의 공간만 있으면 어디서나 땀을 흘릴 수 있고 생식기능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
“춤을 제대로 추려면 얼마나 배워야 되느냐”는 질문에 안씨는 “목표를 어디에 두느냐가 문제지만 단지 건강을 위해서라면 초급, 남 앞에서 솜씨를 뽐내려면 고급반까지 해야 한다”며 “대략 6개월에서 1년은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화은 삼성플라자 화훼장식- "수강생 눈길에 긴장 늦출 수 없어"
경기도 분당 삼성플라자 분당점 문화센터의 화훼장식 연구반 클래스.
“입체감을 살리시고요. 꽃 색깔을 좀 더 다양하게 쓰세요.”
강좌를 진행하는 이화은 우림플라워 회장은 1시간 20분의 수업 시간 중 약 20분 간의 이론 교육을 마치고 곧바로 실습을 시작한다. 먼저 꽃 장식 하나를 멋지게 만드는 시범을 보인 뒤 수강생 한 사람 한 사람을 일일이 지도한다. 수강생들은 자신이 만든 작품이 완성 되면 이를 집에 들고 가 집안을 장식한다. 배우면서 집도 꾸미는 일석이조의 강의다.
이 회장은 23세에 화훼장식에 입문해 29세부터 교육을 한 베테랑 강사. 백화점 문화센터 강좌는 88년부터 시작했다. 현재 삼성플라자 분당점, 신세계 강남점 등에서 주당 14개 반을 맡아 진행하며 삼육대, 영남대 등 대학강의까지 하고 있다. 미국, 독일, 네덜란드의 플로리스트 자격증을 갖고 있으며 국제 기능올림픽 심사위원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문화센터 강사 일에 대해 “점점 아무나 못 하는 일이 되고 있다”며 “어떤 클래스든 수강생들이 (그 분야를) 더 잘 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명도가 높은 강사들에게 수강생이 몰리는 것은 물론, 실력이 부족하거나 회원들의 취향에 대응하지 못하면 버티기 어려운 직업이 됐다는 뜻이다.
이 회장이 운영하는 우림플라워는 약 30명의 강사가 소속된 화훼장식 지도자 모임인데 강사들 대부분은 이 회장이 문화센터 강의 도중 발굴한 ‘주부 제자’들이다. 우림플라워 소속으로 수도권 할인점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김순화 씨(49)는 “백화점 문화센터를 통해 사회생활을 하게 돼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