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한 국민연금을 더욱 당혹스럽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전문성 부재와 정치적 압력 문제를 비판한 것이다.
FT는 "국민연금이 금융과 투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보건복지부 산하에 있고 음식점협회대표와 같은 투자 비전문가들이 포함된 이사회의 감독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박근혜정부 들어 수장의 교체도 예정돼 있어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워야 할 투자 조직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고 국민연금의 성격을 제대로 알지 못한 데 따른 오해"라고 해명했지만 난처한 기색은 역력했다.
최근 국내에서 투자공룡이 된 국민연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솔솔 나오고 있는 마당에 나라밖에서까지 조직 거버넌스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국민연금으로서는 억울할 수 있다. 투자 실적은 우수한 편이기 때문이다. 국내 한 기관의 기금운용단장은 "지난해 우리도 수익률이 나쁘지 않았는데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워낙 좋아 체면이 서지 않았다"며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에 대해 에둘러 칭찬하기도 했다.
사실 최근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는 원인 중의 하나는 기금 고갈 문제에 대한 사회적 우려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현재대로라면 2060년부터는 고갈되는 구조다. 하지만 단순히 기금운용본부를 따로 떼어내 민간 운용 체제로 전환한다고 해서 지금보다 수익률이 나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전문가들도 기금 고갈을 막을 쉬운 대안으로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을 주장할 뿐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기금운영을 장기화하고 투자수익률을 높일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무턱대고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해 보인다.
국민연금의 수입과 지출에 대한 폭넓은 사회적 합의가 먼저 필요하다는 얘기다. 물론 이는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하지만 때로는 어려운 길이 장기적으로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아끼는 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허투루 봐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