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식 의사전달 없었고 제안오면 그때 검토" 신중 반응 본사·주력사 이전등 힘들어… 조건 좋아도 대상은 적을듯
입력 2009.11.16 17:20:32수정
2009.11.16 17:20:32
정부가 대기업들의 세종시 유치작업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주요 그룹들은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로부터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의사를 전달 받은 적이 없고 제안이 오면 신중하게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본사와 주력 계열사ㆍ산업 이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정부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도 이전 대상은 극히 한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16일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 땅값 등 조건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이전 등을 논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추후 정부가 공식적으로 제안하면 그때 가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LG그룹 역시 비슷한 반응이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일부에서 LG가 세종시에 LCD 투자를 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검토하는 바가 전혀 없다"며 "정부가 제안해오면 그때 가서 살펴보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계열사 중 일부를 세종시에 이전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 롯데도 소문이 꼬리를 물면서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검토할 수는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말이 안 되고 맥주공장 건립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롯데마트와 롯데리아 등 백화점ㆍ유통시설은 도시가 활성화되면 당연히 가는 것 아니냐"며 별다르게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SK그룹은 세종시 이전과 관련해 "아직까지 요청 또는 제안 받은 바 없고 내부적으로 검토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 정운찬 총리가 참석해 세종시 관련 얘기를 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정부 안이 나온 뒤 검토해보겠으나 현재로서는 어떠한 내부 논의도 없었다"고 밝혔다.
충청권을 연고로 하고 있는 한화그룹도 마찬가지다. 한화는 충청 지역 발전에 가장 많은 애정을 갖고 있는 대기업 중 하나지만 충청 지역에 이미 화약공장(대전ㆍ보은), 백화점(대전ㆍ천안), 제약공장(향남), 태양전지 공장(오송) 등 사업장들을 진출시킨 상태라 이들을 굳이 같은 충청권인 세종시로 옮길 이유는 크지 않다.
주요 그룹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비공식적으로야 기업들에 이전을 타진했을지 몰라도 공식적으로 제안하지 않았다"며 "정부가 기업 유치를 위해 너무 앞서서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며 불쾌한 심정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주요 그룹들은 정부가 세종시 기업 유치를 위한 땅값 할인, 세제감면 등 각종 유인책을 공개적으로 내놓은 직후에나 본격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정부의 파격적인 조건에 힘입어 세종시에 둥지를 새롭게 틀어도 그 대상은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구미·탕정·파주·창원 등 이미 지역 곳곳에 주요 그룹들이 산업단지를 형성하며 왕성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이곳에 들어갈 예정이거나 이미 입주해 있는 시설이나 계열사 일부를 세종시로 옮기는 것은 해당 지역경제도 그렇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본사나 주력 계열사, 그리고 기존 산업단지 시설의 일부를 움직이는 것은 어렵고 정부가 제시하는 조건 등을 살펴 신사업에 한정해 공장과 담당 사업부(회사)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 정도가 되지 않겠느냐"며 기업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포항과 광양에 제철소가 있고 주변에 제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들이 있다"며 "제철소 자체를 옮기거나 새로 짓지 않는 한 (세종시로의) 이동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경련은 17일 오후 정 총리와의 만찬 직전에 열리는 회장단 회의에서 세종시와 관련된 안건을 올리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만찬 석상에서도 세종시 관련 논의를 먼저 꺼내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