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양당정치 붕괴, 유럽 정치판 대격변

경기침체·난민문제에 무능 기성정치 외면
스페인 총선 40년만에 양당체제 막내려
獨·佛·伊 등서도 소수·신생정당 돌풍



최근 프랑스 지방선거에서 소수정당이 돌풍을 일으킨 데 이어 스페인 총선에서도 신생정당들이 득세하면서 유럽 각국의 정치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뚜렷한 정치적 성향이나 정치 경험이 없는 마이너 정치세력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경기침체와 난민 문제 등에 지친 유럽 국민들의 무능한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발 차원으로 풀이된다.

20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스페인 총선 결과 소수정당인 포데모스와 시우다다노스는 하원 전체 350석 중 각각 69석(20.6%)과 40석(13.9%)을 확보해 하원에 입성했다. 반면 집권 여당인 국민당은 기존 186석에서 122석(28.7%)으로 의석이 크게 줄어 과반의석 획득에 실패했다. 제1야당인 사회당도 기존 110석보다 쪼그라든 91석(22%)을 얻는 데 그쳤다. 이로써 지난 1975년 이후 스페인에서 40년간 유지돼온 양당체제가 막을 내리게 됐다.


스페인 국민들이 기성 정당에 등을 돌린 것은 무엇보다도 경기악화에 대한 실망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스페인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고강도의 긴축정책을 펼쳐왔다. 이에 따라 복지는 대폭 축소됐고 일자리도 급감해 국민들은 팍팍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표심 이탈을 우려한 집권 국민당은 최근 수년간 경제 살리기에 주력해 실업률을 2013년의 27%에서 현재 21%까지 낮추고 경제성장률도 플러스권으로 끌어올렸지만 이미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신생정당들은 이러한 국민들의 불만에 편승해 세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들은 좌우 이념을 떠나 현재 국민들이 불만인 부분을 이슈화하고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2011년 5월 정부의 과도한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로 시작된 포데모스는 가혹한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부패척결을 주장하고 있다. 2006년 창당한 시우다다노스는 신생정당은 아니지만 기존 정치권과 차별화된 젊음과 변화를 내세우며 지지를 이끌어냈다. 또 부패척결과 세금 인하 등 서민들에게 우호적인 공약으로 민심을 사로잡았다.

프랑스·독일 등에서도 소수·신생정당들이 약진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극우성향의 국민전선(FN)이 이달 초 1차 지방선거에서 28%의 득표율로 전체 13개 광역자치단체 중 6곳에서 1위를 차지해 이변을 일으켰다. 비록 2차 결선투표에서 패배하기는 했지만 FN은 파리테러 이후 난민과 이슬람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정서를 대변해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정치운동 단체로 시작한 '오성운동'이 제1야당으로 부상했다. 코미디언 출신 사회운동가 베페 그릴로가 2010년 창당한 오성운동은 부패척결과 민생개혁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정책과 비전 없이 기득권에 대한 비판만으로 2013년 총선에서 오성운동이 제1야당에 오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그릴로를 "긴축정책이 낳은 극단적 인물"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유럽 통합을 반대하며 2013년 창당된 독일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도 최근 정당 지지율 10%를 확보하며 세를 불리고 있다. 프라우케 페트리와 외르크 모이텐 공동당수는 최근 난민 문제와 관련해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최용순기자 seny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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