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가처분소득 4분의 1 빚 갚는데 쓴다

2015 가계금융·복지 조사
가처분소득보다 빚 10% 많아 소득없는 노년층 빚으로 생계
60대 부채증가율 8.6%로 최고



우리나라 가계는 가처분소득의 4분의1을 원리금 상환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은 24.2%로 지난해보다 2.5%포인트 늘어났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110.1%로 2012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보다 2.3%포인트 늘어났다. 처분가능소득보다 금융부채가 10% 이상 더 많다는 의미다.


특히 60세 이상 가구주의 부채가 많이 늘었다. 지난해 4,406만원에서 올해 4,785만원으로 8.6% 늘어 증가폭이 전 연령대에서 가장 컸다. 60세 이상의 자산이 6.2% 늘어 부채도 함께 증가한 측면이 있지만 은퇴 이후 소득을 확보하지 못한 노년층이 빚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할 수 있다.

소득은 정체돼 있고 빚은 늘어나다 보니 가계가 느끼는 부채 상환 부담도 높았다. 전체 가계의 70.1%가 "원리금상환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했다. 지난해에 비해 1.7%포인트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가계부채를 '상환이 불가능할 것이다'고 응답한 가구는 7.1%로 0.2%포인트 불었다. 이번 조사는 올해 3월 실시됐다. 가계부채가 급증한 올해의 전반적인 상황과 최근 상승세를 탄 시중금리 등을 감안하면 가계가 받는 고통은 더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빚 상환 부담이 늘면서 은퇴 준비는 미비했다. 가구주가 은퇴하지 않은 가구 중 55.4%가 "은퇴준비가 안 돼 있다"고 응답했다. '잘 돼 있지 않다'는 응답이 38%, '전혀 안돼 있다'는 대답이 17.4%였다. 잘 돼 있거나 아주 잘 돼 있다는 응답은 각각 7.4%, 1.4%에 불과했다. 가구주가 은퇴한 가구의 62.1%는 생활비가 부족하거나 매우 부족하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우리나라 가계의 살림살이도 발표됐다. 가구당 보유자산은 3억4,246만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2.1% 늘었다. 부채는 6,181만원으로 2.2% 불었다. 소득은 4,767만원으로 2.3% 증가했으며 세금·연금보험료·이자비용 등을 제외한 가처분소득은 3,924만원으로 2.7% 상승했다.

정부가 가계의 노후대비를 위해 자산을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서 금융자산으로 옮기는 것을 추진하는 가운데 가계 자산 중 70% 이상은 여전히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쏠려 있었다. 전체 자산 중 실물자산은 73.5%(2억 5,159만원)이었으며 금융자산은 26.5%(9,087만원)이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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