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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21일 새정연과의 총선연대 가능성을 차단하고 신당 창당을 선언한 것은 '천하삼분지계'로 불릴 만하다. 이번 총선에서 3당 구도를 만들어 천하를 나누고 이를 대선까지 끌고 가겠다는 전략이다.
현재까지 여론조사 지표상 나타난 '안철수 신당'의 초반 흐름은 좋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15~18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 ±3.1%포인트)에 따르면 아직 창당 전인 안철수 신당의 차기 총선 지지율이 무려 16.3%를 기록했다. 새누리당은 38.2%, 새정연은 25.7%였다. 안철수 신당이 아직 창당 전임을 감안하면 놀라울 정도로 높다. 안 전 대표는 대선주자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제치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연 대표에 이어 3위로 올라섰다.
이는 안철수 신당이 새누리당과 새정연의 일부 지지층과 무당층을 흡수한 결과로 해석된다. 운동권 출신이 중심인 정당을 벗어나 중도·보수 세력을 아우르겠다는 천하삼분지계 구상이 어느 정도 먹혀들어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특히 호남에서는 안철수 신당이 30.7%로 1위를 기록해 27%의 지지를 받은 새정연을 눌렀다.
여론조사와는 별개로 안철수 신당이 이번 총선에서 독자정당으로서 성공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시각차가 존재한다.
새정연의 한 핵심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호남 민심도 생각보다 크게 요동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새정연의 지지층도 빠른 속도로 결집하고 있기 때문에 여야의 전면전으로 흘러갈 총선 정국에서는 여당을 이길 수 있는 새정연의 지지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안 의원에게 여러 차례 자문해준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결국 새누리당과 새정연의 1대1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야권 지지층이 신당이라는 모험을 선택하기보다 제1야당인 새정연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결국 김한길 전 대표와 박영선 전 원내대표 등 새정연 내 보수 성향 거물급 인사의 안철수 신당 참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모든 상상이 가능한 시점"이라며 탈당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김 전 대표도 20일 문 대표에게 최후통첩을 한 바 있다.
문 대표는 김 전 대표와 박 전 원내대표의 탈당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비주류 측 관계자는 "문 대표가 당대표직을 포함한 모든 것을 던져 비주류를 끌어안는다면 안철수 신당의 파급력은 멈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