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는 식품? 농산물? 法 판단 엎치락뒤치락

상한 양파 유통·판매업자, 식품위생법 위반 여부 두고
1심 "농산물로 봐야… 무죄"
2심 "식품 해당… 처벌 가능"

상한 양파를 판매하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를 두고 1심과 2심에서 엇갈린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1심은 양파는 식품 원재료이자 농산물일 뿐이라고 봤지만 2심은 엄연한 식품이라 처벌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부(한영환 부장판사)는 식품위생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전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간부 조모(48)씨와 송모(61)씨의 항소심 재판에서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본 1심 판결을 뒤집고 유죄를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조씨와 송씨는 지난 2011년 2월 중국산 양파 1,000톤의 일부가 짓무르거나 곰팡이가 피어 부패한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수입해 480톤을 농산물 유통업체와 농협 공판장에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2011년 9~10월 곰팡이와 흙먼지가 묻어 있는 중국산 마른고추 240톤도 업체에 판매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들이 판매한 양파와 마른고추가 식품위생법상 '식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양파와 마른고추는 음식물을 만드는 식품 원재료이자 농수산물품질관리법에 규정된 농산물일 뿐 그 자체로 음식물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식품공전'에 양파와 고추를 식품 원재료로 분류한 점도 이런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식품공전은 식품이나 식품첨가물의 성분 규격과 제조·가공·조리 등에 관한 기준을 담은 것이다. 이에 따라 조씨는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와 별개로 민간업체로부터 받아야 할 구상금을 제대로 산정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업무상 배임)만 인정돼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심은 1심이 식품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식품위생법상 식품에는 자연식품과 가공·조리된 식품이 모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며 "식품 원재료라 하더라도 직접 섭취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양파와 마른고추 등은 실제로 사회에서 가공되지 않은 상태로 널리 소비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2심은 업무상 배임 혐의에 식품위생법 위반까지 적용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형량을 높였다. 1심에서 무죄였던 송씨는 벌금 7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농산물 수급 안정을 기하라'는 정부 방침을 따르다가 범행을 저지른 점을 참작해 형량을 정했다고 밝혔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