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의 예리한 역습을 받은 최철한은 초읽기에 몰리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백42와 44는 초읽기에 쫓겨서 둔 수. 백46은 승산이 눈에 보여서가 아니라 일단 이렇게 버티면서 판을 좁혀 가자는 수순이다. 검토실의 서봉수와 목진석은 갖가지 가상도를 만들어 보고 있었다. 그러나 백이 이기는 그림은 나오지 않았다. 두 사람이 사이버오로에 올린 그림 중의 하나가 참고도1의 백1 이하 8이었다. “이렇게 두지는 않겠지요. 백이 최악이니까요.” 목진석이 그림 밑에다 손수 워드를 쳐서 설명을 붙인다. 백56,58은 백의 권리. “다시 대형 바꿔치기인데…. 백이 절망적이지?” “맞아요. 철한이가 다 이겼던 바둑을 놓치네요.” 서봉수가 묻고 목진석이 대답했다. 두 사람은 실전보 백72까지를 외길 수순이라면서 미리 그려놓고 있었다. 실전 역시 두 사람의 예측을 정확하게 따라가고 있었다. 그러나 딱 한 수, 검토실의 예측과 달리 둔 것이 있었다. 그것은 구리의 흑67이었다. 서봉수와 목진석이 만든 예상도는 참고도2의 흑1 이하 백6까지였다. 이 그림의 흑1과 실전보의 흑67과의 차이. “구리도 흥분해 있군요. 이런 쉬운 곳에서 실수를 범하다니.” 목진석의 말에 서봉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무렇게나 두어도 이기는 바둑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것이겠지.” 구리의 이 실수가 최후의 순간에 말을 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