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풍향계] 외국인 조만간 원화매수 재개… 시장금리 안정화 될듯

박태근 한화증권 리서치센터 채권-수석연구위원

지난주는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우려로 기축 통화인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원화가치가 급락한 가운데 외국인과 은행 등의 채권(선물)매도 확대로 실세 금리 상승 폭이 예상보다 커졌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합의한 총 1,100억 유로 규모의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에 수반하는 재정의 건전화 조치를 온전히 이행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 속에 스페인 등 다른 재정악화 국가로의 위험 전염 가능성이 부각됐다. 중・장기적 시각에서 영국, 일본과 같은 경제 규모가 큰 선진국의 재정 및 국가 신용위험으로 전이될 경우 대외 유동성 이탈에 따른 금리 상승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강대국의 재정 및 신용 위험이 확대돼 대외 수출이 둔화되거나 경기 회복기가 지연될 경우 지금보다 국제적 공조가 보다 강화될 것이다. 이로 인해 긴축 정책이 제한되는 반면 완화정책이 이어질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캐리 트레이드의 대규모 청산시 발생하는 리스크가 제한되는 효과가 있다. 이에 따라 지난 주 외국인 매매동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 중반 이후 외국인은 국채 선물시장에서 1만 계약에 육박하는 순매도를 보였지만 채권시장에서는 하루 평균 7,000억원의 순매수를 지속했다. 특히 잔존만기별 외국인 매매 동향을 살펴보면 스왑시장과의 연계 매매 측면에서 원화가치 하락시 금리 상승이 커지는 만기 1.5~3년 구간에서 매수심리가 위축되지 않았다는 점에 일단 주목한다. 원화약세로 파급되는 손절매에 따른 금리 상승 리스크는 일단 제한적이었다는 얘기다. 아울러, 최근 환헤지를 수반하지 않은 중・장기채권에 대한 매수 비중이 커지는 부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제여건(펀더멘털)에 대한 외국인의 평가가 과거보다 일정부분 개선되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원화가 구조적으로 약세를 보이거나 공조화된 긴축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조만간 매수를 재개함으로써 금융시장에 원화가치가 안정화 될 것이라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이번 주 수요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15개월째 기준금리(2.0%)를 동결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이번 금통위와 관련해서는 최근의 대외경제 불안 요소를 우호적으로 해석하는 것(하반기 금리인상 전망 약화)에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기대 속에 원화 약세가 진정된다면 점차 시장금리 레벨이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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