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8조 '공룡 증권사' 탄생… 금융투자업계 지각변동 예고

■ 미래에셋, 대우증권 인수 유력
자산관리 강자 미래에셋 대우證 IB와 시너지 전망
해외 네트워크 활용으로 글로벌 투자 새 지평 열 듯


미래에셋증권의 KDB대우증권 인수가 유력해지면서 자기자본 8조원 규모의 초대형 증권사 탄생이 금융투자업계에 몰고올 지각변동이 주목된다. 독창적인 상품개발과 글로벌 투자를 내세워 자산운용업에서 성공을 거둔 미래에셋과 투자은행(IB)과 리테일 부문에 강점이 있는 대우증권이 합치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 3·4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 순위 4위인 미래에셋이 대우증권(2위)을 품으면 통합법인의 자기자본은 7조8,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나 NH투자증권(4조6,044억원), 삼성증권(3조6,285억원), 한국투자증권(3조3,739억원) 등 2위 그룹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연금과 자산관리(WM)에 특화된 증권사다. 이에 비해 대우증권은 브로커리지(위탁매매)와 채권운용·투자금융 분야에서 국내 1위 증권사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은 WM과 펀드 판매 등에 강점이 있는데 대우증권은 법인영업과 소매영업·IB 등 양쪽이 겹치는 부분이 적으니까 통합에 따른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은 국내 IB 분야에서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 건이었던 제일모직(현재 삼성물산으로 통합) 상장을 단독으로 대표 주관한 데 이어 올해에는 제일모직 IPO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호텔롯데 상장 대표 주관을 맡고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이전부터 "한국형 투자은행을 만들기 위해서는 증권사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며 "적어도 20조원 정도의 자본이 있어야 과감하게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 미래에셋증권이 대형 투자은행으로 도약하는 데 대우증권의 IB 역량과 자본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증권의 풍부한 브로커리지 역량과 미래에셋의 자산관리 노하우의 접목도 시너지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은 현재 국내 최대 규모인 102개 점포를 갖고 있다. 올해 3·4분기 누적 기준으로 브로커리지 분야 수익이 2,641억원으로 NH투자증권(2735억원)에 이어 2위였다. 금융상품 판매에 강한 미래에셋증권과 합병하면 고객 확보에서 다른 증권사를 압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 계열사인 미래에셋운용이 내놓는 다양한 금융 상품을 대우증권 해외법인을 통해 판매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실제 대우증권의 해외 증권 네트워크는 국내 증권사 중 최고 수준이며 해외법인 실적 기준으로도 국내 1위다.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한다면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아우르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글로벌 투자은행의 새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이 본입찰에서 써낸 2조4,000억원은 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의 장부가 1조8,400억원에 비해서는 30% 정도 많은 것이다. 미래에셋도 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그만큼 높게 평가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은 증권사 가운데 회사의 특색이 가장 두드러진 곳으로 양사의 화학적 결합을 어떻게 이뤄내는지가 당면한 과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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