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 숨은 일꾼, 법무팀] <2> LG전자

막강 맨파워 “승소율 100%”
권오준 팀장 중심 베테랑급 멤버들로 구성
화해-소송 사건 명확히 구분‘선택과 집중’
90개 글로벌 로펌과 제휴·인력 육성도 적극


몇 년전 미국 LA의 한 법정. 당시 LG전자는 자사의 제품이 “화재의 원인이었다”고 주장하는 원고측과 치열한 법정공방을 진행하고 있었다. LG전자는 화재감식 전문가 및 의사의 증언 등을 토대로 화재의 원인이 자사제품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고, 이를 조목조목 입증해 나갔다. 하지만 미국 법정이라는 한계 때문인지, 재판부는 원고측이 배심원들에게 동정심을 유발하는 쪽으로 심리를 진행하는 등 역차별 분위기가 팽배했다. 재판이 진행되면 될수록 정연한 논리나 증거보다는 편향된 분위기 때문에 LG전자는 불리해 지고 있었다. 해외법정에서 수없이 소송을 다뤄 본 법무팀은 직감적으로 ‘증거로는 이길 수 있지만 분위기로는 불리하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곧바로 사업부를 설득, 양측간 합의를 통해 사건을 조기 종결하도록 유도했다. 결백을 주장하는 사업부측의 강한 반대도 있었지만 결과는 ‘해피엔딩’이었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 다른 가전회사가 비슷한 사건에서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며 소송을 진행하다 LG전자가 합의한 금액의 10배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물게 되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LG전자 법무팀의 ‘의도한 고집’ 때문에 회사는 천문학적인 피해를 면하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이후 LG전자 법무팀은 ‘회사를 지키는 첨병’으로 각인됐다. ◇막강 맨파워로 ‘승소율 100%’ LG전자 법무팀은 재계에서 ‘소송 저승사자’로 통한다. 그만큼 소송을 맞붙길 꺼린다는 얘기다. 외부 변호사들 조차 “이길 가망이 없다”고 한 소송을 법무팀이 앞장서 승소한 사례는 LG전자 내부에서도 유명하다. 이 같은 저력은 권오준 법무팀장(상무) 등 법무에 정통한 베테랑급 멤버들로부터 나온다. 권 상무는 서울지방법원 등에서 판사로 재직하다가, 1997년 LG그룹에 합류한 후 구조조정본부를 거쳐 2003년 5월부터 LG전자 법무법무팀장을 맡고 있다. 특히 구조조정본부 재직시 LG필립스LCD 합작법인 설립 등 중요 프로젝트에 참여해 실력을 드러냈다. 권 상무는 특히 경쟁업체도 부러워할 정도로 로열티를 갖췄다는 평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검찰내에서 핵심인재로 주목받던 대검찰청 미래기획단의 이재웅 검사가 합류하는 등 맨파워가 더욱 커졌다는 내부 평가다. 철저한 사건 분석을 통해 사전에 화해가 필요한 것과, 소송으로 가야 할 사건을 명확히 구분해 선택과 집중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최고 수준의 승소율을 자랑하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 권오준 LG전자 법무팀장(상무)은 “소송으로 가기 전에 화해할 사건과 소송을 진행해야 할 사건을 엄격하게 구분해 내기 때문에 실제 승소율은 100%에 가깝다”고 말했다. ◇세계 80여개 글로벌 로펌과도 제휴 해외 매출비중이 대부분인 LG전자는 해외에서 발생하는 법무 리스크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법무팀은 전세계 약 100여개의 투자법인 및 지사의 법무관련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현재 직ㆍ간접적으로 관련된 크고 작은 소송 건수만도 500여건에 달한다. 법무팀은 이 같은 글로벌 법무 리스크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세계 90여개 로펌과 네트워크를 구성, 상시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또한 모든 해외법인에도 법무 담당자를 두거나 조직을 구성토록 하고 모든 계약은 법무팀의 사전 검토를 거치도록 해 소송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지시로 법무팀 보강에 전사적인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LG전자는 이를 위해 글로벌 법무 우수인력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고, 법무 전문인력 양성프로그램을 활발하게 가동해 미국 미국 로스쿨 과정(LLM)에 파견하거나 전문 자격 취득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이사회 등 주요 경영회의에는 법무팀 관계자가 반드시 배석해, 법률자문을 하고 있고, 글로벌스탠다드 준수 등에 대한 파수꾼으로 역할도 강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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