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기획부동산 업자 투자사기로 212억 챙겨

삼흥그룹 김현재 회장 등 9명 구속 기소
횡령자금 30억 정관계 유입가능성 조사


“전라도 무주군에서 펜션단지 인허가 신청이 났습니다. 1억원 정도 투자하면 2~3배 수익이 납니다.” “경기도 용인시 초부리 산 73번지 임야가 용도 변경돼 전원주택 단지로 개발 가능하게 됐습니다. 투자시기를 놓치면 안됩니다.” 전국 각지의 미개발 토지를 수십억씩 뭉텅이로 매입한 후 인허가 및 개발계획이 있는 것처럼 속여 민간인에게 매입가의 평균 5~6배에 팔아치우는 방식으로 212억원의 투자금을 가로챈 기업형 기획부동산업체 삼흥그룹 김현재(47) 회장 및 계열사 사장 박모씨 등 8명이 9일 검찰에 구속기소됐다. 김 회장은 일정 구역의 토지를 일괄구입한 뒤 이를 잘게 나눠 다수의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인 이른바 ‘기획부동산’ 개념을 지난 80년대 중반 국내에 첫 도입한 인물이다. 90년대 중반 소규모 기획부동산 사업을 벌이며 세를 불리다가 99년 삼흥그룹을 설립한 뒤 2003년 삼흥인베스트ㆍ삼흥에스아이 등 5개 계열사를 지닌 거대 그룹을 만들어 대대적인 기획부동산 사업을 벌였다. 2001년 250억원, 2002년 696억원이던 삼흥그룹의 매출은 2003년 1,687억원, 2004년 1,667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삼흥그룹에서 실력을 키운 임직원들이 독립해 다른 기획부동산 업체를 잇따라 세워 삼흥그룹은 ‘기획부동산 사관학교’로 불리기도 했다. 김씨는 회사 공금 245억원을 횡령하는 한편 법인세 89억원을 포탈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일례로 김씨는 2003년 8월 전북 무주 땅을 평당 2만5,000원에 매입한 뒤 개발호재가 있는 것처럼 꾸며 불특정 다수에게 14배가 넘는 평당 37만원에 매도했다. 경기 용인ㆍ이천, 충북 제천 등 전국 각지에서 땅을 헐값에 사들인 뒤 있지도 않은 개발호재를 퍼뜨려 민간인으로부터 편취한 금액만 212억원이다. 김씨는 각 계열사별로 텔레마케터 120∼150명씩 500여명을 고용해 전화번호부에 기재된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허위 또는 과장 사실을 알려 땅 투기를 유인했다. 검찰은 김씨가 횡령한 245억원 중 24억원을 자신이 사주인 호남매일신문에 지원하고 20억원을 골프장 부지 매입에 사용한 사실 등 215억원의 용처를 규명했지만 나머지 30억원의 행방은 밝히지 못했다. 검찰은 김씨가 열린우리당 산하 위원회 위원 등을 지내는 등 정계와 교류가 있는 점을 감안해 일부 횡령자금이 정치권에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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