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생보사 상장' 어떻게 되나

'先상장-後배분'으로 가닥잡을듯
'보험계약자 몫' 배분 여전히 최대 걸림돌
이르면 내년 하반기 중소형사 상장 스타트


증권선물거래소가 생명보험사 상장초안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섬에 따라 생보사 상장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 지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큰 관심은 현재 첨예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보험계약자의 몫 배분’를 해결한 뒤 일괄 상장할지 아니면 계약자 배분 문제가 상대적으로 적은 곳부터 순차적으로 할지 하는 것이다. 금융감독당국과 증권선물거래소 등 관련 기관은 현재 증권선물거래소의 상장 규정 내에서 생보사의 상장이 가능하도록 상장요건들을 개정, 계약자배분 문제가 상대적으로 적은 곳부터 우선 상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지난 89년 생보사 상장 논의를 시작한 이후 90년, 99년, 2003년 3차례에 걸쳐 생보사 상장을 시도했지만 ‘계약자 몫 배분’이라는 ‘뜨거운 감자’로 인해 결국 상장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증권선물거래소가 의견수렴을 통해 ‘선(先)상장-후(後)배분논의’ 방향으로 타협점을 찾을 경우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생보사 상장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형사 상장 물꼬 터줄 듯=증권선물거래소 산하 생보사 상장자문위원회(위원장 나동민)는 지난 1~2일 이틀에 걸쳐 생보업계와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들은 뒤 이 달 말 상장방안 초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후 다음달께 공청회를 열어 생보사 상장방안을 도출할 방침이다. 자문위원회의 상장방안이 나오면 증권선물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개정안을 마련, 정부에 승인을 요청하게 된다. 정부가 규정 개정안을 승인하게 되면 증권선물거래소는 개별 생보사들로부터 상장 신청을 받아 상장 여부를 심사ㆍ결정하게 된다. 상장의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는 초안은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장차익 배분문제는 일단 보류해두고 논란의 소지가 적은 중소 생보사에 보다 신속한 상장기회를 제공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나동민 상장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생보사가 다른 금융기관과 비교해 현재 상장 규정상 상장 요건인 ‘주식회사로서의 속성’에 부합되는 지 따져보는 게 필요하다”며 “생보사 성격이 이에 적합하다면 이익배분 문제와 관련한 상장차익이 주주 것인지, 계약자 것인지 등을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삼성생명 등 특정회사에 국한된 상장규정이 아닌 전체 생보사를 대상으로 한 방안을 만들어 일반적인 상장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은 상장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고 차익배분 문제를 별도로 논의, 규정을 만드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차익배분 여전히 걸림돌=상장요건에 맞는 기업부터 상장시키더라도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 일부 대형사는 차익배분문제가 걸림돌로 남는다. 우선 나동민 위원장은 “생보사가 계약자에게 배분할 이익이 남는지 여부와 계약자가 생보사 이익창출에 기여를 했는지를 다양한 통계 및 기법을 통해 분석할 것”이라고 밝혀 ‘차익배분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보험사 상장차익의 일부는 보험계약자의 몫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생보사들은 이에 대한 법적근거가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쉽게 타협점을 찾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논쟁의 핵심은 국내 생보사가 주식회사냐, 상호(相互)회사냐의 관점이다.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생보사들이 결산이익 중 일정부분을 해당 보험상품 계약자에게 배당하는 유배당상품을 판매해 경영이익 및 손실을 회사와 같이 공유해온 만큼 상호회사 성격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은 “계약자도 주주의 함께 기업가치를 배분 받을 권리가 있는 만큼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상장차익을 배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손보업계는 국내 생명보험ㆍ손해보험사 모두 주식회사로 인가 받은 점을 강조한다. 회사 성장이 주주의 경영성과이며 계약자 기여를 별도로 인정하기 힘들다는 것. 한 생보사 관계자는 “배당상품 관련된 논란도 세계적으로 생보사들이 상호ㆍ주식회사 여부와 상관없이 마케팅운용에 따라 유배당, 무배당 상품을 고루 판매하고 있다”며 “이를 두고 상호회사적 성격이라고 몰고 가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공적기금ㆍ자율 배분 등 대안 마련 필요=상호회사는 전체 계약자가 주주의 지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지난 92년 미국의 에퀴터블생명을 비롯해 네이션와이드생명(97년), 메트라이프생명(2000년)등 선진국의 상호회사들이 주식회사로 전환하면서 계약자들에게 발행주식의 일정부분을 배분했다. 일본의 경우도 생보사의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01년 보험업법을 개정하면서 상호회사가 주식회사롤 전환할 수 있는 세부적 근거가 마련됐다. 나동민 위원장은 “하지만 해외 생보사들은 애초부터 상호회사로 인가를 받는 등 국내 실정과는 차이점이 있어 해외규정이나 사례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어느 한쪽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상장차익을 ‘생명보험피해 구제기금’ 같은 공적기금을 만드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비생산적인 논쟁보다는 해당 생보사 자율에 맡겨 상장이후 예상되는 회사가치 상승효과에 대해 계약자들의 기여도를 인정하고 배분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생보사 상장 자본확충 위해 시급=차익배분 문제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생보사 상장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생보사들의 자산규모 등 외형은 커지고 있는데 자본증가율은 이에 따라가지 못해 리스크 관리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손보업계 자산규모는 매년 10%정도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해 3월말 기준으로 총자산이 212조원에 달한 반면 업계의 누적잉여금은 3조6,000억원에 그치고 있다. 강준영 삼성생명 부장은 “지급여력 등 재무건정성을 높이고 신규사업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자본확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상장은 이를 해결할 수단”이라며 “특히 국내 생보시장이 외국계 생보사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생보사 상장은 더욱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학붕 증권선물거래소 이사는 “주식시장에서 신규 상장기업 감소로 우량주식의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 생보사 상장은 이 같은 주식 수급의 왜곡현상을 일정부분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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