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원유 도입과 정제 및 판매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석유사업 전 부문에서 외국계의 장악력이 확대되고 있다.
석유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구조에서 석유사업에서마저 외국계의 영향력이 커짐으로써 ‘에너지 주권’이 위협을 받고 아울러 국부유출과 경제불안의 결정적인 요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실제 최근 고유가로 국내 소비자 및 산업 전반에 큰 부담이 생긴 데 비해 외국계가 장악한 정유사들은 사상최대의 이익을 내고 있다.
29일 석유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중국 시노켐이 인천정유 인수 본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외국인은 국내 전 정유사(SKㆍLG정유ㆍS-Oilㆍ현대오일뱅크ㆍ인천정유)들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최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에서 원유 전량을 수입하고 있는 S-Oil은 아람코에서 파견한 알 아르나우트 대표이사 부회장이 최근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사실상 경영권마저 접수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석유투자전문기업인 IPIC가 최대주주인 현대오일뱅크는 서영태 사장 등 경영진 대부분을 IPIC가 직접 선임해 경영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LG정유는 세계 5대 석유 메이저인 셰브론-텍사코가 지분 절반을 보유해 주요 경영결정에 참여하고 있다. 셰브론-텍사코는 전세계에서 개발한 원유의 상당 부분을 LG측에 공급,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는 소버린자산운용을 비롯한 외국인 지분이 24일 현재 61.33%에 달해 강한 배당압력과 함께 경영권마저 위협받고 있다. 소버린 등은 올해에 이어 내년 주총에서도 SK㈜ 경영진 교체를 시도해 경영권 장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외국계가 국내 원유도입뿐만 아니라 정제ㆍ판매 부문까지 장악하면서 국부유출과 경제불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고유가로 국내 대부분의 산업이 어렵지만 외국인 대주주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내 정유사들은 이익극대화에만 몰두하고 있다” 면서 “석유제품 가격 안정화는 정유사와 관계없는 일이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 상반기 국내 5대 정유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이상 증가하며 SK㈜ 7,500억원, LG정유 4,600억원, S-Oil 5,000억원, 현대오일뱅크 2,200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정유사들의 부채비율도 수익성 개선으로 상반기에 40% 포인트 가까이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