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교육 한다더니… 혁신학교, 결국 입시맞춤교육

면접 유리한 수행평가에 집중… 상위권대학 입학수단으로 전락

지나친 주입식 입시교육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혁신학교가 '입시 맞춤형' 학교로 변질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등 6개 시도의 456개 초ㆍ중ㆍ고 혁신 학교들이 출범 6년차를 맞아 되레 인근 지역의 입시교육 우수 학교로 부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교육업체 하늘교육의 조사결과 서울 지역 10개의 혁신고교 가운데 종로구의 A고교는 지난 2012년과 2013년 상위권 3개 대학에 각각 10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관악구의 혁신고인 B고는 3개 대학 합격자 수를 2012년 3명에서 지난해 5명으로 늘렸다. 이외에도 중랑구에 위치한 C고와 D고에서도 2년에 걸쳐 1명의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했다. 이는 출범 초기 학력저하 등의 우려로 혁신학교 진학을 꺼렸던 일부의 분위기와 매우 상반된 결과다.

주요 고등학교 입학전형에서도 혁신학교는 이미 발군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2014년 서울 7개 외고ㆍ국제고의 입학생 비교' 자료에 따르면 혁신학교로 지정된 서울 21개 중학교 중 올해 외고와 국제고에 합격생을 낸 학교는 전체의 81%인 17개교에 달했다. 이중 서울 남부권의 A중학교에서만 총 8명의 신입생이 배출됐고 성북권 B중학교와 동부권 C중학교에서도 각각 6명과 4명의 합격생이 나왔다. 이밖에 5개의 혁신중학교가 각 3명, 2개 학교가 각 2명의 외고ㆍ국제고 신입생을 배출했다.

혁신학교가 상위학교 입시에서 선전하고 있는 이유는 출범 취지와는 관계없이 상위학교 진학에 유리한 '주입식 창의교육'을 전면 도입하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예를 들어 자유로운 교과 과정과 학급당 학생 수가 적은 점 등을 활용, '진로 탐색'이라는 명분 하에 사교육 시장에서 전문학원의 컨설팅을 통해서나 가능했던 '개인별 수행평가' 등 비교과과정 교육을 정규 교과과정에 사실상 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공교육의 획일적인 교육 커리큘럼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학습능력을 키운다는 당초 목표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창의력을 키우는 자율 교육이나 공동체 교육을 목표로 혁신학교를 도입했는데 입시 위주 환경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상위학교 입시 면접에 유리한 각종 수행평가 등 비교과과정 교육만 골라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면접 등을 통해 응시학생을 종합 평가하는 입학사정관제가 자리잡으면서 이 같은 상황은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과학고ㆍ외고ㆍ국제고 등 주요 고등학교도 올해부터 관련 교과의 내신반영 기준을 석차백분율 대신 동점자가 많아지는 성취평가제(절대평가)로 전환할 방침이어서 '자기주도학습'을 평가하는 면접 비중은 더 커지게 됐다. 이러다 보니 우수 고교 진학률이 높은 혁신 중학교가 있는 지역은 인근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등 새로운 학군 프리미엄이 형성되고 있다.

한 교육 전문가는 "하위권 학생들의 진로탐색 등이 강화되는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입시용 맞춤 교육이 범람하면서 정부 지원으로 또 하나의 브랜드 학교를 만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유명무실해진 고교 평준화 정책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고서는 어떤 종류의 신형 학교가 등장해도 결국 상위권대 입학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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