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세수입이 203조여원으로 예산안 편성시 예상액보다 1.3%(2조8,000억원) 덜 걷혔다. 징수액이 예상치를 밑돈 것은 8년 만이다. 민간소비 증가세 둔화로 부가가치세가 예상보다 덜 걷히고 수입액ㆍ주식거래대금 감소로 관세와 농어촌특별세가 전년보다 줄어든 탓이다. 박근혜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용으로 쓸 수 있는 '비상금(일반회계 잉여금 중 일부)'도 3,000억여원에 불과하다. 안타까운 일이다.
문제는 올해 세수전망이 더욱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정부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에서 3%로 낮췄지만 이조차 낙관적이라는 분석이 많아 2조원 넘는 세수차질이 예상된다. 지난해 4ㆍ4분기 이후 빠르게 진행돼온 원고ㆍ엔저로 수출기업들의 이익이 급감해 법인세 수입이 줄고 내수부진으로 부가가치세 전망도 어둡기에 그렇다.
올해 세수에 차질이 생기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세출구조 조정과 비과세ㆍ감면 축소, 지하경제 양성화 등으로 5년간 연평균 27조원의 복재재원을 마련하기도 버거운데 기존의 세금징수마저 차질을 빚으면 대규모 국채발행이나 증세 외에는 돌파구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다가는 지난 1990년대 이후 복지수요가 급증하면서 대표적 재정적자국으로 전락한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그런데도 박 당선인은 논란도 많고 엄청난 재원이 들어가는 대선공약을 성역(聖域)으로 만들었다. 이러다가는 기초연금 도입, 4대 중증질환 진료비 부담완화 같은 복지공약이 국민들로부터 큰 박수도 못 받으면서 돈만 삼키는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
복지를 확충하려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게 지름길이다. 원고·엔저로 이익이 급감한 기업을 다독여 투자를 부추기고 주택거래ㆍ청년창업을 활성화해 일자리를 늘리며 소비심리에 불을 지펴야 한다. 그래야 세수도 늘어난다. 박근혜 정부는 하루빨리 경제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성장률과 고용률 제고에 전력투구하기 바란다.